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15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핼러윈 비극’이 벌어지면서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당국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고가 난 행사가 아닌 자발적인 축제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경찰과 용산구, 나아가 서울시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31일 경찰과 소방 등에 따르면 끔찍한 압사사고가 벌어진 지난 29일 저녁 서울 이태원에는 핼러윈을 맞아 경찰 추산 약 10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실외 마스크 해제 이후 처음 맞이하는 핼러윈이기에 수많은 인원이 자리할 것이라는 점은 일찌감치 예견된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통제하고 안전을 관리할 인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용산구는 지난 27일 오후 2시 핼러윈데이 대비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특별 방역, 안전사고 예방, 거리 청결 확보 등을 논의했다. 1시간 가량 진행된 회의에는 방역추진반, 행정지원반, 민원대응반 관련 11개 부서장이 참석했다.
용산경찰서장, 용산소방서장,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부회장 등 20여명이 머리를 맞댄 지난해와 대조적이었다. 게다가 성장현 전 구청장이 직접 들여다봤던 작년과 달리 올해 회의는 박희영 구청장이 아닌 부구청장이 주관했다.
용산구측은 “27일부터 29일까지 28개조, 직원 150여명을 동원해 비상근무에 나섰다”고 밝혔지만, 경찰·소방과의 유기적 협조 체계는 부족했다는 평가다. 특히 일방통행 등 현장 인원의 안전한 이동을 돕는 조치 등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것이 화를 키웠다.
별다른 안전대책을 강구하지 않았던 것은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여의나루역 지하철 무정차 통과와 역사 안전요원 5배 배치, 버스 집중배차 등으로 혼란을 사전 차단한 이달 초 서울세계불꽃축제와 달리 이번엔 특별한 조치가 없었다. 이에 시 관계자는 “핼로윈은 민간의 자발적 축제로 (주최측이 있는) 다른 행사들과는 성격이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가 밝힌대로 서울불꽃축제는 한화라는 주최사가 있지만, 핼러윈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10만명 이상이 이태원이라는 제한된 공간에 모인다는 것을 인지했다면, 서울시도 사전 대응에 힘을 보탰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이유다.
지난 30일 유럽 출장 도중 급거 귀국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에 대해 “아직 현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것이 아니다. 좀 더 보고 말씀드리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설상가상으로 경찰의 미온적 대응까지 겹쳤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참사 관련 브리핑에서 “예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면서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하고 있다”는 상식 이하의 답변을 내놨다.
당일 이태원에 투입된 경찰은 총 137명이다. 이중 수사를 위한 인원(50명)을 빼면 안전 관리 목적 병력은 1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서울 시내 곳곳 여러 소요와 시위가 있어 경찰 병력들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었다”는 이 장관의 발언 역시 서울의 경찰 병력수를 감안하면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사태가 완전히 수습되고 추모의 시간이 충분히 흐르면 책임 소재 가리기도 본격화 될 전망이다. 경찰력은 충분했는지, 용산구와 서울시는 이를 제대로 활용했는지 등을 철저히 들여다봐야한다. 특히 이번에 드러난 주최측 없는 대형행사를 향후 어떻게 관리할 지에 명확한 대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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