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달리 클럽 등 유흥업소 영업이 재개돼 더 많은 인파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112신고도 예년 수준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사흘 전인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이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경찰 내부에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용산서 정보과에 이어 치안종합상황실도 핼러윈 주말을 앞두고 ‘대책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보고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찰 지휘부가 복수의 보고를 무시한 채 안일하게 대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1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2022 핼러윈데이 종합 치안대책’ 보고서는 A4 8페이지 분량으로 핼러윈 기간 인원 밀집과 혼잡에 따른 사고 발생 가능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보고서는 핼러윈 기간 이태원 인근 치안 환경에 대해 “평일이나 통상 주말 대비 지하철 이태원역 승하차 인원이 1.5배∼2배 이상으로 증가한다”며 “곳곳에 인파가 운집해 무질서와 사건·사고가 빈발하는 시기”라고 분석했다. 교통 상황에 대해선 “행인들이 차도를 점령해 극심한 교통정체·교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적었다.
이 보고서는 형사·교통과 등 용산서 내 유관 부서 7곳과 지구대·파출소 7곳,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등에 공유 또는 보고됐다.
같은 날 용산서 정보과도 유사한 내용이 담긴 ‘이태원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를 서울청에 보냈다. 이 보고서에 대해 서울청 정보상황과는 1일 “연인원 10만 명 정도 참가가 예상돼 보행자 도로난입, 교통불편 사고 우려, 마약 성범죄 폭력 등이 우려된다는 내용으로, (지적한) 규모와 문제가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수준”이라며 “이미 ‘용산서 종합치안대책’에 반영되어 있어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최소 보고서 2건을 통해 안전사고 가능성이 지적됐지만 경찰은 추가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실무 선에서 위험 우려 보고를 했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사전에 위험성 보고가 충분하게 이뤄졌을 경우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은 지휘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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