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10시경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 현장. 구조당국의 브리핑이 끝나자 고립 작업자 2명 가족들의 절규가 이어졌다. 이 현장에선 매몰 사고가 발생한 지 엿새가 지났지만 노동자들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사고는 지난달 26일 오후 6시경 발생했다. 제1수직갱도에서 모래와 흙 900t이 쏟아져 내렸고, 지하 190m 지점에서 작업하던 조장 A 씨(62)와 보조 작업자 B 씨(56)가 고립됐다. 업체 측은 자체 구조를 시도하다가 14시간이 지난 뒤에야 119에 신고하고 가족들에게 알렸다.
당초 이르면 ‘10월 29일경’에 가능할 것이라고 했던 구조 시점은 ‘10월 31일’ ‘11월 1일’ 등으로 계속 밀렸다. 희망고문에 시달리다가 탈진한 가족들에게 1일 구조당국은 “최소 8일 더 걸릴 것”이라고 했다. 구조대원들이 하루 10m가량 접근하고 있는데, 작업자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까지 70m 이상 남았기 때문이다.
구조당국도 할 말은 있다. 구조당국 관계자는 “기존에 사용하던 갱도라 쉽게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수년 동안 사용하지 않아 변형이 심하게 온 상태”라고 했다. 이 광산에선 올 8월에도 붕괴 사고가 발생해 작업자 1명이 사망했다.
설상가상으로 생사를 확인하고 식량과 물을 공급하기 위한 천공을 뚫으려던 계획도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달 30일 지름 76mm, 98mm 크기 구멍을 작업자들이 있을 곳으로 예상되는 지하 170m까지 내려 했지만 실패했다. 1일 오후 다시 천공기 5대를 투입해 동시 다발적 시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족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기자와 만난 B 씨의 조카(32·여)는 “사고 발생 후 180시간 넘게 지나도록 생사조차 모른다. 더 이상 구조당국과 업체 측을 신뢰할 수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정부는 유족들의 불신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현 상황을 솔직하게 전달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또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고 구조작업을 서둘러 진행해 소중한 목숨을 구해야 한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때처럼 다시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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