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 1층. 바닥에 놓인 물품들을 살피던 이재호 씨(55·대구)가 한 신발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 채 흐느끼기 시작했다. 함께 온 그의 가족들도 서로 어깨를 감싸며 눈물을 쏟았다.
이 씨의 아들(25)은 군 부사관인데,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때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현재 의식이 없는 상태다. 이 씨는 “얼룩진 신발을 보니 아들이 정말 고통스러웠을 것 같다”며 “아들이 깨어나는 것 외에 더 바랄 게 없다”고 울먹였다.
경찰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가족 등이 분실물을 찾아갈 수 있도록 지난달 31일 밤부터 이곳에 유실물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체육관 바닥과 탁자 위에는 가방 124개, 옷 258벌, 신발 256켤레, 전자제품 156개 등을 두고 신분 확인을 거쳐 유실물을 돌려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서 수거한 유실물의 무게는 총 1.5t에 달한다.
참사 현장에서 탈출한 장여진 씨(21·여)는 이날 발목에 깁스를 한 채 아버지와 함께 유실물센터를 찾았다. 장 씨는 “당시 인파에 끼여 잃어버린 가방을 찾으러 왔다”면서도 “살아 나온 것에 감사하지만 희생자분들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경찰관이 한 휴대전화에 보조배터리를 꽂고 전원을 켜자 곧바로 전화가 울리기도 했다. 전화를 건 남성은 “거기 가면 ○○이 물건 받아 갈 수 있나요?”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유류품으로 보이는 물건들에는 참사 당시 참혹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가지런히 놓인 옷과 신발은 얼룩이 가득한 채 심하게 구겨져 있었고, 일부에는 핏자국이 선명히 묻어 있었다. 검은 점퍼에 토사물과 신발 자국이 묻어 있는가 하면 굽이 나간 구두, 올이 나간 스웨터, 부러진 안경 등도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경찰은 유실물센터를 6일까지 24시간 운영하기로 했다. 본인의 유실물은 신분증을 들고 방문해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면 받을 수 있고, 희생자의 유류품은 유족이 수령할 수 있다. 유실물 정보는 이태원 사고 유실물센터(02-2198-0109, 0111) 또는 경찰청 유실물 종합관리 시스템(www.lost112.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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