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서울시 책임론’ 말 아끼던 吳시장, 참사 사흘만에 “깊은 사과” 눈물
“모든 행정력 투입해 일상회복 최선”
전문가 “행사 주최자가 없더라도 국가-지자체 안전관리 책무”
“국가대상 손배 청구 가능” 견해도
“모든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고, 유가족과 부상자, 그리고 시민분들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때까지 모든 행정력을 투입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서울시 책임론에 말을 아껴오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사 사흘 만인 1일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서울시는 그동안 이태원 참사의 책임론이 나올 때마다 “시에서 주최한 행사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여론이 계속 악화되자 오 시장이 직접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경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 전문가 “국가·지자체 안전관리 의무 있어”
지난달 30일 유럽 순방에서 중도 귀국한 오 시장은 서울시 책임론이 나올 때마다 “좀 더 경위를 파악해 보고 말씀드리겠다”고만 했다. 서울시 주최 행사가 아니어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행정안전부의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에는 “순간 최대 관람객이 1000명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축제는 주최 측이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최 측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주최하지 않고 후원만 한 경우에도 안전대책을 내놓은 선례가 있다. 지난달 8일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 당시 100만 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는데 후원을 한 서울시는 주최 측인 한화그룹과 협의해 안전대책을 수립했다.
전문가들도 지방자치단체가 참사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재난안전법)에는 포괄적으로 국가와 지자체의 안전관리 책무가 명시되어 있다”며 “지난해에 비해 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고 예측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행정관청이 안전관리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장도 “주최자가 없더라도 공공도로에서 일어난 일이라 당연히 국가의 책임이 있다”며 “국가배상법에 따라 사고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오히려 주최자가 없기 때문에 공권력의 책임이 더 큰 것”이라고 했다.
헌법상 기본권인 생명·신체의 안전권 보호에 미숙했다는 견해도 있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최자가 없어 신경을 못 썼다는 건 비겁한 얘기”라며 “헌법상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자체가 더 책임을 졌어야 한다”고 말했다.
○ 오 시장 “무한 책임”…재발 방지 대책 예고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오 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을 찾아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서울시장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 공식 사과가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제까지 현장 방문 등으로 경황이 없었다”며 “언제쯤 사죄의 말을 드려야 하나 고민이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결심이 섰다”고 했다.
오 시장은 “어제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한 20세 따님을 두신 분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했는데 (그분이) ‘우리 딸은 살아날 것’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따님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다. 사죄의 말씀이 늦어서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오 시장은 이 대목에서 여러 차례 눈물을 참으며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결국 뒤돌아서서 눈물을 닦았다. 하지만 시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오 시장은 “한 시민단체가 (저를) 고발을 했다는 기사를 봤다”면서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 부분에 대해 언급하는 건 순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오 시장은 “오늘 국무회의에서 지자체와 경찰 간 유기적 협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절실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서울시와 경찰이 앞으로 어떻게 협력 체계를 촘촘하게 만들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