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발생前 “압사당할 것 같다” 112신고 11건
경찰 4번 출동만… 윤희근 청장 “현장대응 미흡” 사과
尹대통령 “한점 의혹 없도록 진상 밝혀라” 경찰 질타
사망자 156명이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약 4시간 전부터 사고 장소 및 인근에서 “압사당할 것 같다”며 인파 통제를 요청하는 시민들의 112 신고가 이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후 10시 15분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접수된 관련 신고는 11건에 달했는데, 신고를 받고도 합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찰에 대한 책임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1일 경찰청이 공개한 ‘이태원 사고 이전 112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지난달 29일 접수된 112 신고 중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 인근에서 압사 위험을 직접적으로 알리는 신고 전화는 11건이었다. 녹취록에서 신고자가 ‘압사’를 직접 언급한 횟수도 9번이나 됐다.
관련 신고가 처음 들어온 건 사고 발생 3시간 41분 전인 오후 6시 34분이었다.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서 처음 신고를 한 시민은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 압사당할 것 같다”며 “소름 끼친다. 인파 통제를 해주셔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때 경찰 역시 ‘압사’ 단어를 반복하며 “출동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고 오후 8시 이후부터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압사당하고 있다”(오후 8시 53분), “대형 사고 일보 직전이다”(오후 9시) 등 참사를 예고하는 신고가 빗발쳤다. 참사 직전에는 신고자가 “아” 하는 비명까지 되풀이해서 질렀다.
하지만 당시 신고 종결 기록에 따르면 경찰이 현장에 출동한 건 4건뿐이었고, 나머지 6건은 전화 상담 또는 안내만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녹취록 공개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고 발생 전에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다수 있었던 걸 확인했다”며 “그럼에도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 대응은 미흡했다”고 사과했다. 또 “책임 규명을 위해 강도 높은 감찰을 진행하고 경찰청에 독립적인 특별수사팀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사퇴 여부에 대해선 “조사 결과가 나오면 어느 시점이 됐건 상응하는 처신을 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오전 국무회의에 앞서 경찰청으로부터 시민 신고에 경찰이 부적절하게 대응한 정황을 보고받고 “한 점의 의혹이 없도록 진실을 공개하고 철저히 진상을 밝히라”고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참사 사흘 전인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경찰서 치안종합상황실이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경찰 내부에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2022 핼러윈데이 종합 치안대책’ 보고서는 A4용지 8쪽 분량으로 “유흥업소 영업이 재개돼 더 많은 인파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112 신고도 예년 수준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용산서 정보과에 이어 치안상황실도 추가 대비의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안전사고를 막을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을 비롯한 참모 대부분이 경찰의 늑장 대처 사실을 뒤늦게 알고 깜짝 놀란 것으로 안다”며 “고강도 감찰과 수사 후 책임자들에 대한 경질성 인사 조치도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현장 대처가 늦고 판단이 제대로 되지 못한 점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대변인은 “경찰이 신고에 조금만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비통한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며 “철두철미하게 파헤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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