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반박하는 일부 경찰관의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 모두 대처가 미흡했는데 참사의 책임을 경찰에만 돌리는 건 부당하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2일 경찰청이 지난 1일 공개한 ‘이태원 사고 이전 112 신고 내역’에 따르면 사고 발생 약 4시간 전인 지난달 29일 오후 6시34분 사고 우려와 관련한 첫 신고가 있었다. 이후 10건의 신고가 추가 접수됐지만, 경찰은 4번만 현장에 출동해 신고 주변 사람들을 해산하는 조치를 취하는 데 그쳤다.
경찰이 제대로 된 현장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전날 참사 전후 경찰의 미흡한 대응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윤 청장은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모든 부분에 대해 예외 없이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를 신속하고 엄밀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책임론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경찰관은 “왜 또 경찰에게만 모든 잘못을 돌리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경찰의 대처가 미흡했던 부분은 사실이나 정부와 서울시 역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경기지역 한 경찰관은 “참사 당시 이태원파출소에는 압사 우려 신고뿐만 아니라 수많은 주취나 폭행 신고가 있었을 것”며 “한 번 출동하면 1~2시간은 걸리는데 제한된 인원으로 모든 신고를 확인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태원에 1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몰린다는 것으로 예상됐으면 서울시가 경찰에 인력 증원 등 추가적인 협력을 요청했어야 하지만 그런 게 없었다”며 “정부도 컨트롤타워 역할을 못했는데 경찰에게 책임을 돌리는 모습을 보면 우리가 또 희생양이구나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토로했다.
전북경찰청 소속 이모 경위는 “경찰의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겠지만 경찰만의 문제였겠느냐”며 “비슷한 상황에서 경찰의 역할과 권한, 책임에 대해 법적·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부산 한 경찰서 소속 경찰관 A씨는 ”같은 경찰 입장에서 112신고가 들어왔음에도 적절한 대응을 못한 부분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모든 부분을 경찰 탓으로 돌리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당시 현장에 사람들이 워낙 몰려있고 시끄럽다 보니 진입이 어려웠던 것 같다“며 ”경찰을 보고 핼러윈 분장을 한 것으로 오해한 사례도 있다. 경찰도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상황이 안 따라준 부분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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