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낮 12시 서울 마포구 서강대 캠퍼스. 교내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을 찾은 재학생 이모 씨(22)는 포스트잇에 이렇게 적었다. 이 씨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112 신고 녹취록을 보니 막을 수 있었던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안타까웠다”고 했다.
대학가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에 대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참사 희생자 중 20대는 104명으로 전체(156명)의 3분의 2에 달한다. 희생자 중 동년배들이 많다 보니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인 재학생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한국어교육원 소속 외국인 유학생 2명이 희생된 서강대는 지난달 31일 학내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헌화 공간 옆에는 학생들이 남기고 간 추모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은 화이트보드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포스트잇에는 ‘먼 나라에 와서 이별이라니…. 하늘나라에선 행복하세요’, ‘청춘을 즐기러 갔던 저와 같은 친구들이 사고를 당해 안타깝습니다’ 등의 추모 문구가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으로 적혀 있었다.
재학생 1명과 외국인 교환학생 2명이 희생된 서울 성동구 한양대 캠퍼스에도 희생자를 위한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이날 분향소를 찾아 헌화와 조문을 마친 재학생 서주혜 씨(23)는 “희생자들이 대부분 20대다보니 같은 세대로서 마음이 안 좋아 분향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정지호 한양대 총학생회장은 “분향소를 마련한 지난 달 31일 이후 매일 시간당 100명 정도가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고 했다. 재학생 1명과 대학원생 1명이 희생된 고려대도 1일부터 학내 임시분향소를 운영 중이다.
예정된 행사를 취소·연기하거나 추모 예배를 준비하는 대학도 적지 않다. 서울대는 참사 후 지난달 31일 오후 예정됐던 ‘제100회 융합 문화콘서트’를 연기했다. 또 같은 날 총학생회가 캠퍼스 내에서 핼러윈 영화를 상영하려던 일정도 취소했다. 김지은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국가 애도기간에 따라 준비한 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2일 오후 6시 예배 채플에서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특별기도 시간을 가졌다.
이화여대는 이태원 참사 이후 학내 ‘특별 상담실’을 마련해 학생들이 입은 정신적인 충격에 대한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또 의료 지원이 필요한 경우 이화의료원과 연계해 도움을 준다는 방침이다. 상명대도 지난달 31일 학교 홈페이지에 ‘이태원 참사 관련 심리상담 지원 안내’ 공지를 띄우고 상담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시청 앞 합동분향소에도 20대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기다리는 동안 굳은 표정을 짓고 있던 조문객들은 헌화 후 눈물을 훔쳤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방문했다는 직장인 유모 씨(28)는 “평소 이태원을 자주 방문했던 나도 얼마든지 당할 수 있었던 일이라 남일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이태원을 방문할 예정이었다가 다른 일정 때문에 안 갔다는 송승현 씨(26)는 “희생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하다 (분향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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