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길 등반후 인증샷… 멍드는 국립공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3일 03시 00분


게시물 본 등산객들 샛길에 몰리며… 생태계 훼손-인명사고 위험 커져
“게시 내려달라”外 제재 법 없어

한 탐방객이 8월 설악산 내 ‘비법정 탐방로’(샛길)를 이용한 뒤 SNS에 올린 인증샷. 국립공원공단은 ‘위반행위 사진을 삭제·비공개 해달라’고 댓글을 달았다. 국립공원공단 제공
한 탐방객이 8월 설악산 내 ‘비법정 탐방로’(샛길)를 이용한 뒤 SNS에 올린 인증샷. 국립공원공단은 ‘위반행위 사진을 삭제·비공개 해달라’고 댓글을 달았다. 국립공원공단 제공
국립공원 탐방객들이 정규 탐방로가 아닌 ‘비법정 탐방로’(샛길)를 지나다니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과시용 인증샷’을 올리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런 인증샷이 더 많은 사람들을 샛길로 유인하면서 탐방객 안전과 국립공원 보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2일까지 ‘샛길 인증샷’은 전국 산악형 국립공원 16곳 사무소별로 매주 1∼6건씩 적발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같은 개인 SNS나 등산 동호회 카페 등에 사진과 영상을 올리고 장소를 소개하는 식이다. 공단은 “출입이 금지된 폭포에 들어가거나 안전장치 없는 아찔한 절벽, 바위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고 자랑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런 게시물을 보고 샛길을 찾는 탐방객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샛길 게시물 중에는 정확한 위치를 소개한 글이 많았다.

정규 탐방로가 아닌 샛길로 사람들이 다니기 시작하면 국립공원 생태계가 훼손될 수 있다. 정비되지 않은 샛길은 인명사고 위험도 크다. 공단은 샛길 출입을 적발하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럼에도 샛길 인증샷과 남들이 안 가본 길을 가보려는 ‘과시형 산행’이 늘면서, 2018년 703건이었던 샛길 출입 위반 단속 건수가 지난해 1153건으로 64% 늘었다. 전체 공원 단속의 38%다.

공원 측은 이달부터 샛길 출입 1회 적발 시 과태료를 2배(20만 원)로 올렸다. 하지만 샛길 인증샷은 여전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 개인이 올린 사진이나 영상을 공단이 강제로 삭제하거나 작성자의 개인정보를 파악해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샛길 사진과 함께 샛길 등반 계획이 올라오면 공단 직원이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단속하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단속한 사례는 올해 1∼10월 전국 국립공원을 통틀어 14건에 불과했다. 샛길 게시물이 매주 수십 건 적발되는 것을 감안하면 극히 일부분이다. 공단은 일단 주중 하루는 성수기 샛길 단속 인력을 온라인에 투입해 관련 게시물을 집중 검색하는 ‘사이버 순찰’을 시행하고 있다. 샛길 게시물을 찾으면 불법임을 공지하고 ‘내려달라’는 댓글을 단다. 이와 함께 샛길 인증샷 제재 방안을 국회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샛길 등반#인증샷#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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