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상인회 “작년 과잉배치로 영업 지장”
署-상인회-구청 간담회 문서에 담겨
상인회 “경찰차 안보이게 해달란 것”
이태원 지역 상인회인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연합회)가 핼러윈을 앞두고 과도한 경찰력 배치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정황이 경찰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그러나 연합회 측은 “문건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공방을 이어갔다.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이태원 핼러윈 대비 관계기관 간담회 주요 내용’에는 용산경찰서와 용산구청, 연합회와 이태원역장 등이 핼러윈을 앞두고 지난달 26일 진행한 간담회 내용이 담겨 있다. 문건은 당일 참석한 경찰 관계자들의 증언과 메모 등을 종합해 경찰청 위기관리센터가 작성했다.
문건에 따르면 연합회 측은 “지난해 경찰 기동대를 (이태원) 거리에 배치해 영업을 중단시키고 인파를 해산시켰다”며 “사정은 이해하나 과도한 조치였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올해는 과도한 경찰력 배치 자제를 요청한다”고 경찰에 요구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간담회에 참석했던 송병주 용산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도 2일 기자들과 만나 “연합회 부회장이 지난해 ‘경찰과 기동대가 너무 과도하게 배치돼 영업이 안 됐다’며 과도한 경찰력 배치 자제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문건에 따르면 연합회는 용산구청에도 “(지난달 15∼16일 열린) 이태원 지구촌축제는 사실상 상인들에게 손해임에도 불구하고 ‘핼러윈 특수’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적극 조력해온 만큼 핼러윈 기간 구청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한다”고 요청했다고 한다.
경찰은 연합회 측에 “가드(안전요원) 배치 등 자체적인 자정을 해 달라”고 촉구했고, 용산구청에는 질서 유지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연합회 측은 “(질서 유지) 필요 시 구청장에게 직접 요청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연합회 관계자는 2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찰력 배치 자제를 요청한 것이 아니라 대로변에 기동대 차량이나 경찰차를 주차하면 시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으니 골목 등 안 보이는 곳에 주차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태원역 인근 환풍기 추락 사고 가능성을 우려해 연합회가 가드를 자체 고용해서 배치시키기도 했다”고 했다.
경찰 내부에선 이태원 일부 상인이 지난달 29일 참사 발생 직후 경찰 통제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태원파출소에 근무 중이라고 밝힌 한 경찰관은 1일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사건 발생 후 영업을 종료하도록 협조를 요청했지만 일부 업소가 협조를 거부하고 큰 소리로 음악을 틀어 통제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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