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영애 씨(51)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외동딸을 잃은 박 아르투르 씨(64)에게 성금 1000만 원을 전달했다.
4일 한국장애인재단은 전날 밤 아르투르 씨의 딸 율리아나 씨(25)의 분향소가 마련된 인천 연수구 함박안로 함박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이 씨의 성금과 편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국장애인재단은 이 씨가 문화예술분야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곳이다.
이 씨는 편지에서 “저는 쌍둥이를 둔 엄마 이영애”라며 “지금 겪고 있는 율리아나 아버님의 고통을 무슨 말로 위로 할 수 있겠냐”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씨는 이어 “수천만의 언어가 있다고 해도 율리아나 아버님의 슬픔을 함께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저 또한 슬픔으로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하여 몸과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율리아나 아버님 그래도 힘내셔야 한다”며 “더욱 강건해야 한다. 그래야 하늘에 있는 율리아나가 아버님을 지켜보며 웃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 씨는 “이태원 핼러윈 행사의 사고로 희생당한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조의를 표한다”며 “소중한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가슴 속 깊이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재단 관계자는 동아닷컴과 통화에서 “전날 밤에 이 씨의 성금과 편지를 전달했다”며 “‘성금이 조용하게 전달됐으면 한다’는 이 씨의 뜻에 따라 3일 밤에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아르투르 씨는 오는 4일 강원 동해시 동해항에서 출발하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행 페리선을 통해 딸의 시신을 운구할 계획이었지만 경제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 씨는 아르투르 씨의 사연을 접하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고인과 가족을 지원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 씨의 도움에 따라 율리아나 씨의 시신은 예정대로 이날 배편으로 동해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옮겨지게 됐다. 이후 어머니가 있는 고향 나홋카 지역에서 장례가 치러지게 된다.
재단 관계자는 “아르투르 씨 가족이 오늘 러시아로 이동한다”며 “계획했던 절차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씨는 올 3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해 1억 원을 기부하고, 올 8월 집중 호우로 피해를 입은 장애인에게 5000만 원의 성금과 생활용품을 기부하는 등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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