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캠프→Lee’ 정영학 메모… “유동규, 이재명에 대장동 보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4일 18시 19분


지난 21일 ‘대장동 특혜 비리’ 관련 재판을 받기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2022.10.21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지난 21일 ‘대장동 특혜 비리’ 관련 재판을 받기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2022.10.21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Lee’는 무엇인가?”(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측 변호인)

“시장님이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기재한 것이다.”(정영학 회계사)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 사건 공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의미하는 내용이 포함된 메모가 공개됐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 회계사가 작성해 지난해 검찰에 제출한 이 메모에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이름에서 화살표가 시작된다. 화살표는 ‘캠프’라는 단어로 묶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이름을 거쳐 ‘Lee’라는 단어까지 이어진다.

● “유동규가 ‘저층 연립 개발 안된다’ 보고”

정 회계사의 법정 증언에 따르면 해당 메모는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 중 2012~2014년 사이 녹음된 내용을 정 회계사 본인이 지난해 5~7월경 요약해 작성한 메모다. 정 회계사는 이날 “2013년 7월 2일 유 전 직무대리와 김 부원장, 정 실장과 상의해 (대장동이) 저층 연립으로 개발되지 않도록 (당시 이 시장에게) 보고했다는 의미에서 그린 화살표”라고 설명했다. 또 김 부원장과 정 실장을 ‘캠프’로 묶은 데 대해서는 “이 시장의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작성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이던 2013년 7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에 저층 고급 연립주택을 조성해 ‘한국판 베벌리힐스’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정 회계사의 증언은 유 전 직무대리가 발표 다음 날 이 대표에게 직접 “저층 연립주택으로 개발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보고했다는 것이다. 유 전 직무대리와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은 대장동에 고층 아파트를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정 회계사의 메모와 이날 증언은 당시 본인이 남 변호사에게 들은 전언을 토대로 한 것이다. 올 5월 법정에서 재생된 녹취록에는 2013년 7월 2일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와의 통화에서 “유 전 직무대리가 이 대표에게 ‘베벌리힐스가 불가능하다’고 하고 이 대표는 ‘알아서 해라. 나는 공원만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남 변호사는 “유 전 직무대리가 김 부원장과 정 실장과도 다 상의했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 이후 실제로 대장동 사업은 2015년 2월 공개된 사업 공모지침서를 통해 저층 연립주택이 아닌 아파트 단지 개발로 바뀌었다.

● 유동규 “1억 원 중 이재명에 수백만 원 후원”

한편 ‘불법 대선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최근 유 전 직무대리로부터 “지난해 6월 남 변호사로부터 받은 3억 원 중 1억 원을 사용했는데, 이중 일부를 당시 이재명 대선 후보에게 후원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직무대리는 지난해 6월경 남 변호사로부터 받은 3억 원 중 1억 원을 썼는데 이 중 수백만 원을 후원금으로 냈다는 것이다. 유 전 직무대리는 “후원금 외에 (대장동 개발) 사업자들과 나눠 쓴 것도 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대선 경선 후원금으로 정영학 10만 원, 대선 본선 후원금으로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5만 원이 기록돼있고 다른 이름은 명단에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유 전 직무대리가 지인 등을 통해 차명으로 이 대표를 후원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유 전 직무대리의 동거인 A 씨도 지난해 7월 이 대표의 후원회 계좌에 30만 원을 기부금으로 이체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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