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관할 4배로 늘었는데, 인파 2배… “파출소 애초 감당 무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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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
작년엔 클럽 등 밀집 이태원로 담당… 올핸 용산구청 등 주변까지 더해져
담당 확대에 신고 출동만도 버거워… 경찰 “작년 신고건수 분석해 조정”

올 핼러윈 기간 이태원파출소 관할지역이 예년보다 4배 가까이로 확대되면서 112 신고 대응 부담이 과거에 비해 대폭 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사고 현장 일대에 몰린 인파는 지난해 대비 2배 이상으로 늘어 애초부터 한 파출소에서 감당하기에는 무리였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이태원파출소 담당 구역 3.8배로
경찰은 핼러윈 전후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몰리는 점을 감안해 관례적으로 이태원파출소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임시 관할 조정을 해 왔다.

4일 동아일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서울 용산경찰서 ‘핼러윈 관련 관할 임시조정 계획안’에 따르면 2018∼2021년 이태원파출소는 주점과 클럽이 밀집된 이태원로와 보광로 일부 구간 약 9만4000m²를 담당했다. 평소 담당 구역은 더 넓지만 핼러윈 기간 해밀톤호텔과 이태원역 인근에 인파가 집중되는 걸 감안해 임시로 담당 구역을 축소한 것이다. 제외된 지역은 인접한 용중지구대, 한남파출소, 보광파출소 등이 나눠 맡았다.

그런데 올해는 이태원파출소 관할이 서울디지텍고 인근과 용산구청 주변 등이 더해져 35만3000m²로 늘었다. 예년의 약 3.8배에 달한다. 경찰이 이태원파출소 관할구역을 넓힌 것은 지난해 해당 구역의 112 신고가 일부 줄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임시조정 계획안에 나온 조정 사유는 “2021년 핼러윈 주말 112 신고 건수 분석 등을 토대로 조정한 것”이었다.
○ 몰린 인파는 2배 이상이었다
문제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됐다는 것이었다.


서울 열린데이터 광장의 ‘서울생활인구’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참사 직전인 오후 9∼10시 사고 현장이 포함된 이태원로 북측 일부 구역의 인파는 1만6000명으로 지난해 핼러윈 기간 토요일 같은 시간(8034명)의 2배가량이었다. 오후 10∼11시에는 1만4688명이 몰려 지난해(5076명)의 3배 가까이나 됐다. 서울생활인구는 지하철 승하차기록 등 공공데이터와 휴대전화 통신데이터로 추산된 유동인구다. 2019년부터 해마다 핼러윈 기간 이태원을 방문했다는 문모 씨(24)는 “예년에도 사람이 많았지만 인파에 길이 막혀 장시간 꼼짝 못하고 서 있었던 건 올해가 처음”이라고 했다.

용산서는 사고 당일 이태원 일대에 경찰 137명을 배치했다. 코로나19 방역 단속을 위해 배치된 기동대 180명을 포함해 268명이 투입됐던 지난해에 비해 투입 인력이 줄었다. 용산서는 지난해 이번 사고가 발행한 해밀톤호텔 옆 골목을 포함해 주요 골목 10곳에서 경찰기동대가 고정 근무를 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올해는 이 같은 지침이 없었다. 2020년에는 ‘인구 밀집으로 인한 압사 및 추락 등 안전사고 상황 대비’ 계획도 있었지만 올해는 압사 대비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태원파출소 직원들은 112신고 출동 처리만으로도 버거웠을 것”이라며 “사전 대비를 했어야 할 서울경찰청과 용산서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 교통 관리에도 실패, 병원까지 1시간 반 걸려
경찰은 또 핼러윈 기간 몰리는 인파에 대비해 교통 관리 계획을 세우고도 참사 당시 구급차 진출입로 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실이 4일 서울경찰청에서 제출받은 ‘2022 핼러윈 데이 교통관리 계획’ 문건에는 지난달 28∼30일 “핼러윈 관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태원 등에 차량 소통과 보행 안전 확보 등 선제적 교통관리로 교통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소방청이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참사 당일 현장으로 처음 출동한 구급차가 소방서를 출발해 환자를 싣고 병원에 내려주기까지 1시간 30분 이상 걸렸다. 이동거리는 약 13km였지만 인파와 교통 혼잡 때문에 사고 현장에서 환자를 싣는 데만 40분이 걸렸던 것이다.



#이태원#파출소#인파#관할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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