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던 작업자 2명이 사고 열흘째인 4일 기적처럼 생환했다. 작업자들은 갱도에서 자력으로 걸어 나왔을 정도로 건강상태가 좋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매몰사고로 고립됐던 작업자 조장 A 씨(62)와 보조작업자 B 씨(56)가 고립 219시간 만인 이날 오후 11시 3분 사고지점인 제1 수직갱도 인근에서 구조대에 의해 발견됐다. 현장에서 구조과정을 지켜보던 A, B 씨 가족들과 구조대원 등은 환호성을 지르며 두 사람을 맞았다.
A 씨의 아들은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머니와 대기실에 있었는데 갑자기 구조대원과 차량이 긴급하게 움직였다. 이어 두 분이 걸어서 나오셨다. 건강은 굉장히 좋은 것처럼 보였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B 씨의 형은 “(동생이) 걸어서 나오는 모습을 봤다. 예상보다 훨씬 (고립) 환경이 좋았던 것으로 생각된다”며 “온 국민들이 마음 써 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감사드린다”고 했다. B 씨의 조카는 “애써주신 구조대원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울먹였다.
소방청 관계자는 “갱도 내부에 흐르는 물을 마시고 모닥불을 피우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구조된 이들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당국은 전했다.
사고는 지난달 26일 오후 6시경 해당 광산 제 1수직갱도 아래 30여 m 지점 폐갱도에 채워져 있던 모래와 흙 약 900t 밑으로 쏟아지며 발생했다.
“갱도내 물 마시고 모닥불 피우며 버틴듯”
봉화 매몰광부 2명 생환 구조대 부축 받으며 걸어 나와 “제발 견뎌줘” 가족의 편지 통해
제1 수직갱도에서 모래와 흙 900t이 쏟아져 내렸고, 지하 190m 지점에서 작업하던 조장 A 씨와 보조 작업자 B 씨가 고립됐다.
이 광산에선 올 8월에도 붕괴 사고가 발생해 작업자 1명이 사망했다. 업체 측은 자체 구조를 시도하다가 14시간이 지난 뒤에야 119에 신고하고 가족들에게 알렸다.
소방당국은 작업자들이 고립됐을 것으로 예상되는 갱도 안이 가로세로 각각 4.5m로 넓고 산소와 지하수도 있는 만큼 초반부터 고립된 작업자들의 생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매몰되지 않은 제2 갱도로 지하 140m까지 내려간 뒤 A, B 씨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제1 갱도 쪽으로 진입로를 뚫었다.
구조 지점까지 거리는 145m가량으로 예상했는데 중간중간 단단한 암석 구간이 있어 작업이 예상만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기존에 사용하던 갱도라 쉽게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수년 동안 사용하지 않아 변형이 심하게 온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처음에 ‘지난달 29일경’에 가능할 것이라고 했던 구조 시점은 ‘지난달 31일’ ‘이달 1일’ 등으로 계속 밀렸다.
희망고문에 시달리다가 탈진한 가족들은 10일째가 되던 4일 ‘꼭 버텨 달라’는 편지를 써 미음, 보온덮개, 해열제 등과 함께 구조당국이 시추한 공간을 통해 고립된 작업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에 보냈다.
A 씨는 40여 년 전 부인과 결혼했고, 장인을 따라 광부의 길을 택했다. 지금은 20년 이상 경력을 가진 베테랑 작업자다. B 씨는 광부 일을 한 지 1년 남짓 됐지만 사고가 난 광산으로 온 지는 4일밖에 안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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