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 광산에 고립 후 ‘봉화의 기적’을 만든 27년차 베테랑 광부가 “광산 쪽으로는 쳐다 보기도 싫다”고 말했다.
5일 기적적으로 구출된 작업반장 박씨의 아들 근형씨는 아버지와의 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아버지가 광산에서 오래 일해 매몰 사고 등을 간접적으로 경험했지만 직접 고립돼 본 것은 처음이었다”라며 “ 아버지가 ‘광산일은 (앞으로) 절대 안하겠다. 이런 일은 쳐다보기도 싫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아버지가 탈출하려고 노력도 많이 하셨고 잘 참고 계시다가 9일째 되는날 플래시(전등) 라이트(배터리)가 나가게 되면서 어둠이 찾아오니까 좀 절망감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며 “아버지가 그전에는 같이 고립된 광부를 계속 다독이면서 잘 계셨는데 플래시 라이트가 나가고 난 뒤 동료에게 ‘이제 좀 힘들것 같다’고 했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밝혔다.
근형씨는 “ 아버지에게 ‘지하에 갇혀 있던 9일동안 (이태원 참사 등) 세상에 많은 일이 있었다’고 얘기하니 처음에는 기력이 없었는지 별말 없이 있다가 나중에 뉴스와 여러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난 뒤 그런 일이 있은 줄 알고 좀 놀란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아버지가 살아 나오신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말씀을 많이 하니 ‘희망이 돼서 다행’이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근형씨가 아버지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작업반장 박씨는 처음 매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고 사고가 난 뒤 그 현장을 확인하러 갔다. 이후 매몰된 뒤 첫날부터 3일간은 모든 곳을 다 확인하면서 탈출구를 찾아 다녔다고 한다.
구조당국이 생존신호를 찾기 위해 집중적으로 천공을 시도했던 램프웨이 하단 갱도 구간도 끝까지 가봤다. 그 구간에 가보니 굉장히 넓은 곳이고 탈출하기에 좋은 곳으로 판단해 3일동안 머물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괭이 등을 이용해 수작업으로 막힌 부분에 구멍이 날 정도로 파보기도 했는데 파보니 다시 막혀 있어 여기는 안되겠다고 생각해 위로 다시 올라갔다고 한다.
9일동안 갇혀 있으면서 박씨는 발파소리를 5번 정도 들은것 외에는 시추 빛도 못봤고 아무런 소리도 못들었다고 한다.
7명이 같이 작업하러 들어갔는데 나머지 분들이 다 나갔는지(구조됐는지) 모르고 있었고 본인들 위에 다른 3명의 광부가 갇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발파 소리를 (위에서) 듣고 안에 생존자가 있다는 것으로 알 수 있도록 탈출을 위한 발파 시도를 했을때 (발파로 그분들이) 다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했다고 한다.
지난달 26일 광산의 지하갱도가 무너져 고립됐던 광부들은 지난 4일 오후 11시3분쯤 지하 갱도 295m 지점에서 구조대원들에게 극적으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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