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署, 안전우려 보고서 3건 작성… 119신고, 참사前에도 1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7일 03시 00분


[이태원 핼러윈 참사]
특수본 ‘정보과장 삭제 관여’ 수사…“직원에 함구령 등 회유 의혹도”
소방청 밝힌 119 첫 신고 3분전… “숨이 막혀서” 전화 새로 드러나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삭제된 서울 용산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정보과) 보고서는 경찰의 사전 대응이 적절했는지 수사할 때 증거가 될 수 있는 내용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임재 당시 용산서장의 현장 도착 시간 허위 보고에 이어 용산서 정보과장의 보고서 삭제 지시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경찰 중간 간부들이 사고 직후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 “용산서 정보과장 보고서 삭제 지시 정황”
6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와 특별감찰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참사 이후 삭제된 보고서는 용산서 소속 정보관이 작성한 것으로 핼러윈 축제 기간 인파가 몰리면서 안전사고가 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복수의 용산서 관계자에 따르면 용산서 정보관들은 지난달 초부터 핼러윈 기간 이태원역 일대 안전사고 우려를 제기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3건 이상 작성했다고 한다.

특수본 관계자는 “용산서 정보과장 주도로 보고서가 삭제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용산서 정보계장도 보고서 삭제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 특수본 수사 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정보과장과 정보계장이 삭제와 관련해 ‘함구령’을 내리는 등 직원들을 회유한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는 통상 직속상관인 정보계장과 정보과장 검토를 거친 뒤 경찰 내부망에 등록되는데, 검토 단계에서 묵살됐던 보고서를 삭제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내부망에 등록된 보고서는 3일가량 뒤 자동 삭제되기 때문이다.

용산서 정보과장 A 씨는 이와 관련해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향후 감찰 및 수사 과정에서 소명하겠다.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상당 부분 해명될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정보계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 “사고 3분 전 119신고 있었다”

소방청은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참사가 발생한 오후 10시 15분) 전 이태원 일대에서 17건의 신고가 있었고, 그중 사고 현장에서의 신고도 1건 있었다”고 했다. 소방청은 그동안 참사 당일 오후 10시 15분에 참사 관련 첫 119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혀 왔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2분 이태원1동에서 이뤄진 신고는 ‘압사 위험’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지만 신고자가 다급한 상황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신고한 여성은 “이태원…죠. 숨이 막혀 가지고…”라며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 동행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듯 “○○아, 일로(이리로)”라고 했다. 접수자는 “119입니다” “여보세요”를 반복했고 신고자는 “…떨어뜨렸어… 여보세요”라고 했다. 혼잡한 상황에서 휴대전화 등을 떨어뜨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전화가 잘 안 들려요”라는 접수자의 말에 신고자가 “아, 네…”라고 답한 뒤 전화가 끊겼다. 신고자 주변은 매우 시끄러웠던 듯 ‘주변 소음’이라는 상황 설명도 2차례 기록돼 있었다.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6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전 신고들은 밀집도가 높아 위험하다거나 압사가 우려된다는 내용이 아니었다”며 “최초 신고 시간은 오후 10시 15분이 맞다”고 했다.

한편 소방당국은 참사 당일 서울시와 용산구청에 각각 오후 10시 26분, 29분 사고 발생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외 출장 중이던 오세훈 시장은 오후 11시 20분,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오후 10시 51분에야 첫 보고를 받았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녹취록#용산서 정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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