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박정하 광부 “가장 힘든 건 배고픔…광부 동료애는 질릴 정도로 끈끈”

  • 뉴스1
  • 입력 2022년 11월 7일 09시 31분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다 221시간 만에 생환해 안동병원에서 치료 중인 작업반장 박정하씨(62)가 5일 오후 병실에서 망막 보호를 위해 안대를 착용한 채 휴식하고 있다. 7일 오전 현재 박씨는 안대를 빼고 식사도 정상적으로 하는데 몸상태가 크게 호전됐다. 하지만 자다가 침대에서 놀라 떨어지는 등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박씨 가족 제공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다 221시간 만에 생환해 안동병원에서 치료 중인 작업반장 박정하씨(62)가 5일 오후 병실에서 망막 보호를 위해 안대를 착용한 채 휴식하고 있다. 7일 오전 현재 박씨는 안대를 빼고 식사도 정상적으로 하는데 몸상태가 크게 호전됐다. 하지만 자다가 침대에서 놀라 떨어지는 등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박씨 가족 제공
경북 봉화 아연광산의 221시간 기적을 만든 주인공인 베테랑 광부 박정하씨(62)는 마지막 순간 희망을 놓기도 했지만 동료들이 올 것이라는 믿음은 절대 버리지 않았다고 했다.

광부 경력 27년인 박정하씨는 갓 입사한 보조작업자 박장건씨(56)와 함께 작업을 하던 중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갱도 붕괴로 고립됐다가 지난 4일 밤 11시3분 지하 갱도 295m 지점에서 극적으로 구조됐다.

현재 안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박정하씨는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몸상태에 대해 “안대도 빼는 등 상태는 많이 호전이 돼 가고 있지만 트라우마가 조금 있다”며 “자는 도중에 소리도 지르고 침대에서 떨어질 정도로 (깜짝 놀라는 동작들이 나온다)”고 했다.

구조 직전 희망을 놓았다고 알려진 부분에 대해 박씨는 “구조되기 직전 (헤드램프 배터리가 부족해서) 마지막으로 이 갱구, 저 갱구 헤드램프가 남아 있는지 다녀보자며 올라가는 도중에 헤드램프가 깜빡거리기 시작하더니 그게 완전히 꺼졌다”며 “그때 내려와서 불을 붙여서 옷을 말리면서 처음으로 제가 ‘희망이 없는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고 밝혔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10일만인 4일 오후 11시3분쯤 무사히 구조되고 있다. 소방청 제공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10일만인 4일 오후 11시3분쯤 무사히 구조되고 있다. 소방청 제공
그런데 “그말을 한 지 20분도 채 안 돼서 ‘발파’라고 외치는 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릴 수가 없었다”며 “진짜 사람 소리인가 하고 옆에 친구(박장건씨)한테 소리를 들었나 하니까 ‘아무 소리 못 들었다’고 했지만 발파 소리를 들었으니까 일단 뒤로 좀 물러나 대피하자며 안전모자를 쓰고선 한 10m 정도 뒤로 후퇴하고 있는 도중에 꽝 하면서 불빛이 보였다”고 기적의 그 순간이 생생하다고 했다.

박씨는 “이제 살았구나(고 생각했고) ‘형님’ 하면서 뛰어오는 (구조대 광부인) 청년과 막 부둥켜 안고 엉엉 울었다”고 했다.

진행자가 “가장 힘들었던 건 무엇인지”를 묻자 박정하씨는 “배고픔이다”며 “추위는 미리미리 준비를 해놓운 자재 덕분에 피할 수 있었는데 먹는게 없었다”고 했다.

생존의 또다른 요소인 식수에 대해서도 “가지고 왔던 물이 떨어져 찾아다니다가 암벽 틈에서 뚝뚝 떨어지는 곳에 물통을 대고 물을 받았다”며 “배가 고프니까 먹을 것이 물 밖에 없어 그냥 끓이지 않은 물을 먹어봤는데 저는 괜찮았지만 옆에 있던 친구는 계속 토하더라”고 했다.

하지만 박씨는 “그래도 어떻게 하는냐. 아침, 점심, 저녁 그 물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며 토해가면서 물을 마셨다고 했다.

진행자가 “사람들이 나를 포기해버리면, 구조를 포기하면 어떡하나는 생각은 안 들었는지”라고 하자 박씨는 “그런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다”고 단언했다.

왜냐하면 “광부들의 동료애는 다른 직종의 동료들보다 굉장하다”며 “진짜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조직이기에 사람다운 냄새가 질릴 정도로 나는. 그런 인간애가 있기에 절대 그런 생각은 안 해 봤다”고 그런 동료애와 가족생각이 221시간을 버티게 해 준 원동력이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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