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지금 영등포역 운행 중지입니다. 모든 열차가 영등포역에 안 서고 무정차 통과해요. 예매 취소하시고 서울역 출발로 바꾸시거나 다른 교통편을 알아보시는 게 빠르실 거예요.”
7일 오전 서울 지하철 영등포역 매표소 직원들은 몰려드는 시민들에게 열차 안내 중단 사실을 알리느라 목소리가 갈라졌다.
전날(6일) 영등포역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탈선사고 여파로 KTX와 일반열차 운행이 차질을 빚으면서 이날 오전 영등포역을 찾은 시민들 역시 발을 동동 굴렀다.
운행이 재개됐다는 것으로 알고 영등포역을 찾은 시민들은 운행 중단에 대한 사전 안내가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영등포역에서 부산으로 가는 KTX 열차를 예매한 김재숙씨(여·67)는 “영등포역에서 사고가 난 뒤 정상 운행된다고 해서 어젯밤에 예매했다”며 “운행이 안 되면 승차권 판매를 중단하거나 사전에 예매 취소 문자라도 한 통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랬으면 처음부터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끊거나 버스를 이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영등포역 직원의 도움으로 오후 1시52분 열차를 간신히 예매했지만 이마저도 ‘지연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논산으로 출근한다는 손선영씨(여·55)는 “오전 9시48분 여수엑스포행 무궁화호 열차를 타기로 했는데 운행이 중단됐다”며 “코레일톡에서 예매했는데도 안내를 못 받고 영등포역에 와서야 무정차 통과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오후 1시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지금 서울역도 남은 자리가 없는 상황”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영등포역에서 천안으로 갈 예정이었던 전정자씨(여·62)는 급히 일행에게 ‘우리 못 간다. 서울역까지 가야 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서울역에서도 오전 출발은 어렵다는 일행의 말에 전씨는 결국 천안에서 예정된 강의를 급히 취소했다.
영등포역과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KTX와 무궁화호 열차는 현재 운행이 모두 중단된 상태다.
영등포역 관계자는 “오후 4시 운행을 목표로 복구 중이지만 이후에도 운행을 장담할 수 없다”며 “가급적 예매를 취소한 후 서울역 출발로 발권해 드리거나 버스 등 다른 교통편을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영등포역에선 가급적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라는 안내가 이어졌지만 역을 찾은 시민 중 상당수가 고령인 탓에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매표소 앞은 승차권 예매·취소 앱 ‘코레일톡’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의 시민들이 찾으면서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캐리어 가방을 끌고 온 한 60대 여성은 매표소에서 열차 예매를 취소한 뒤 “아무래도 고속버스터미널로 가야겠다”며 “이걸 이고 또 거기까지 갈 생각을 하니 힘에 부친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 도심 1호선 상하행선도 양방향 열차 운행이 지연되면서 용산역사 내부는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대규모 지각 사태로 역무실에는 열차 지연증을 발급받으려는 시민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오지 않는 열차를 포기한 채 버스나 택시로 급히 갈아타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용산역에서 만난 직장인 박성호씨(27)는 “인천에서 구로까지 줄줄이 지연돼 사람이 너무 많아 도저히 열차를 탈 수가 없다”며 “인파에 밀려 넘어진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태원 사고가 발생한 지 얼마 안 돼 (인파로 넘어진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고 말했다.
용산역에서 지연증을 발급받았다는 직장인 임가은씨(여·32)는 “부천에서 출발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이 두 대를 보내고 겨우 탔다”며 “구로에서 환승할 때도 두 대를 보내고 탔다”고 했다.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52분쯤 영등포역에서 익산으로 향하던 무궁화호 열차가 궤도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60여명의 직원이 투입돼 밤샘 복구 작업을 벌였지만 운행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공사는 오후 4시 정상운행을 목표로 복구 작업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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