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축제는 공해 떠올라” 지적에
‘처용문화제’로 명칭 바꿔 실시
외설 논란에 해마다 갑론을박
울산시 “화합과 미래에 방점 둘 것”
울산의 대표 축제인 공업축제가 내년부터 산업문화축제로 부활한다. 처용문화제로 명칭이 바뀐 지 32년 만이다. 사진은 처용문화제 기간에 열린 시민 대동제 모습. 울산시 제공
울산공업축제가 내년부터 부활한다. 울산공업축제가 열린 지 56년, 처용문화제로 명칭이 바뀐 지 32년 만이다. 축제 명칭은 공업축제가 아닌 ‘산업문화축제’다. 신라 향가 처용설화에 근거를 두고 명명된 ‘처용문화제’는 울산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지만 해마다 명칭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 울산 산업문화축제로 6월 개최
울산시는 ‘울산 산업문화축제 추진 및 운영 조례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고 7일 밝혔다. 시는 산업수도 울산 건설의 주역인 기업과 노동자를 격려하고, 시민 자긍심 고취를 위해 울산 산업문화축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울산공업축제는 공업도시 울산을 알리기 위해 1967년부터 매년 열렸다. 축제는 개막식, 성화 점화, 학생무용경연대회, 한글시 백일장, 무용 발표회, 씨름대회, 체육행사 등을 총망라해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한 울산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다.
이후 공해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공업축제’라는 명칭이 공해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일자 1989년부터 ‘시민대축제’로 명칭으로 변경됐고, 1991년에는 ‘처용문화제’로 또다시 이름이 바뀌었다. 신라시대 ‘처용설화’의 발상지가 울산임을 착안해 당시 이어령 문화부 장관이 축제 명칭을 추천했다고 한다.
처용문화제는 매년 10월에 열렸으나 내년부터 열릴 산업문화축제는 6월에 열린다. 울산공업센터 지정이 1962년 6월 1일이었고, 같은 날 경남 울산군에서 경남 울산시로 승격된 날이기 때문이라고 울산시는 밝혔다. 옛 공업축제도 이를 기념해 1967년 4월 처음 열렸다가 이듬해인 1968년부터는 6월 1일 개최됐다.
울산시는 조만간 산업문화축제추진위원회를 설치한 뒤 올 연말까지 축제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축제 장소는 옛 공업축제가 열렸던 현재의 남외동 종합운동장과 공업탑 인근인 울산대공원, 그리고 시민 접근성이 뛰어난 태화강 국가정원 등에서 열린다. 기존 처용문화제는 산업문화축제에 포함해 열거나 10월에 별도의 행사로 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외설” vs “관용”…처용문화제 명칭 논란 가열
처용문화제 명칭에 대해선 해마다 논란이 일었다. 2007년 12월에는 처용문화제 명칭 변경을 놓고 학술 심포지엄이 열리기도 했다. 당시 심포지엄에서 처용문화제 명칭 폐지 범시민운동본부(시민운동본부) 측은 “부인과 누워 있는 역신(疫神)을 보고 노래하고 춤춘 처용을 축제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은 비교육적”이라고 주장했다. 시민운동본부 관계자는 “처용설화의 외설적인 내용 때문에 축제와 교육 현장에서 난감한 경우가 허다하다”고 주장했다. 울산대 철학과 김진 교수도 “처용설화는 신라시대 권력자의 횡포에 말 한마디 못하는 민중의 처절한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며 “이를 관용과 화합으로 해석해 축제 명칭으로 사용하는 것은 시민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대 국어국문학과 김경수 교수는 “처용설화의 일부 외설적인 내용만 문제 삼아 처용문화제 명칭을 무작정 폐지할 게 아니라 시대감각에 맞게 발전시켜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명칭 폐지에 반대했다. 처용문화제 추진위원회 관계자도 “처용의 아내와 동침한 주체는 사람이 아닌 신이며, 그 신을 춤과 노래로 물리친 것은 세계 어느 설화에도 없는 관용과 화합의 상징”이라고 반박했다.
울산시는 찬반 논란이 매년 반복됐지만 축제 명칭을 바꾸지 않고 어정쩡한 상태에서 지금까지 축제를 열어왔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의 정체성은 ‘산업수도’라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며 “내년부터 울산의 화합과 미래 지향성에 방점을 두고 울산산업문화축제를 시민 한마당 어울림의 장으로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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