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여서 더 힘들겠다’는 건 편견이라고 생각해요. 비장애인보다 어려울 순 있지만 음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똑같은 사람입니다.”
2일 인천 연수구 아트센터인천에서 광명복지재단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 창단 10주년 기념 연주회’를 마친 김현정 씨(29)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며 공연 소감을 전했다.
○ “연주 넘어 협력 배워요.”
이날 연주회에선 악보와 악보 받침대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대신 지휘자와 약 60명의 단원 귀에는 말을 전하는 송·수신기가 꽂혀 있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모든 단원이 앞을 전혀 보지 못하거나 시력이 매우 낮은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다. 하지만 신체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공연장을 가득 메운 아름다운 선율은 여느 오케스트라와 다르지 않았다. 단원들은 이날 연주를 위해 몇 달 동안 연습하며 ‘라이온 킹 메들리’ 등 11곡을 모두 외웠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악보가 있기는 하지만 연주 중 손으로 악보를 읽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단원 대부분이 절대음감을 갖고 있어 교사가 음을 들려주면 곧잘 따라 하며 연습을 반복한다.
여러 악기가 모여 하나가 되는 오케스트라는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단원들에게 단순 연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18세 때 처음 오케스트라에 참여해 졸업 후에도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 씨는 “개성이 다른 악기들이 조화를 이루듯 우리도 오케스트라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며 하나가 되는 것을 배운다”며 “많은 어려움에도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연주회를 처음부터 지켜본 하선진 씨(43)는 “장애가 음악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한 공연”이라며 “장애가 있어서라기보다 단원들의 연주 자체가 정말 맑았고, 위로를 주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 감동 뒤에는 보이지 않는 헌신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는 2011년 사회복지법인 광명복지재단이 창단했다. 광명복지재단은 시각장애인 전문학교인 인천혜광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오케스트라는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 기념 음악회에 참여하고, 2020년부터 전국장애인뮤직페스티벌을 주최하는 등 족적을 남기고 있지만 운영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 비전문가인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인 데다 단원들이 시각장애를 앓고 있어 인력, 재정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혜광학교는 지역사회의 협조 등으로 오케스트라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학교를 졸업해 음대에 진학한 학생에게는 재단에서 장학금을 지급하며 음악을 포기하지 않도록 돕고 있다. 계속해서 음악을 병행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위해서다. 학교 측은 2024년 인천에서 국제 장애인뮤직페스티벌을 여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오케스트라 부단장인 이석주 혜광학교 교장은 “아름다운 백조가 물 밑에선 쉼 없이 발길질을 하듯이, 강은주 단무장과 안경은 교사 등 오케스트라를 위해 헌신하는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며 “전문 음악인을 양성하고, 인천이 장애인 문화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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