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기간 끝난 첫 평일에 가보니
상인들 대부분 ‘참사의 충격’ 여전
“부정적 이미지 고착화될라” 우려도
“가게 문 여는 것도 죄송한 마음이죠. 하지만 임차료도 내야 하고,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과 약 50m 떨어진 곳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A 씨는 7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9일 참사가 발생한 후 처음 가게를 열었다는 그는 가끔 가게 밖으로 나와 참사 현장인 해밀톤호텔 서편 골목 쪽을 바라보게 된다고 했다. A 씨는 “그동안 마음을 추슬렀다고 생각했는데, 보니 다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국가애도기간이 5일로 끝나고 첫 평일인 이날 참사 후 문을 닫았던 이태원로 주변 가게들이 속속 문을 열었다.
상인들은 대부분 참사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일부 상인들은 가게 앞에 의자를 내놓고 앉아 멍하니 거리를 바라봤고,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괜스레 진열 상품을 만지기도 했다. 옷 가게를 운영하는 박해일 씨(61)도 이날 처음 가게 문을 열었다고 했다. 박 씨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사고 당일 늦게까지 가게를 열었더라면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다.
거리는 썰렁한 편이었고, 가게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이날 참사 후 처음으로 문을 연 이태원역 2번 출구 인근 한 식당은 점심시간인 낮 12시에도 손님이 한 명도 없었고, 직원만 4명 앉아 있었다. 빈 테이블 20여 개를 바라보던 식당 주인 B 씨는 “영업할 기분은 아니지만 적자를 메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었다”고 했다.
특히 사고 현장과 맞닿은 세계음식문화거리 가게들은 여전히 거의 문을 닫은 채였다. 행인도 드문 가운데 경찰들만 사고 현장 입구를 지켰다. 희생자를 추모하려는 일부 시민들이 가끔 폴리스라인 앞에 꽃을 두고 가는 정도였다. 주민 임모 씨(32)는 “사고 현장 근처에 가면 참사가 연상돼 가능하면 피하고 있다”고 했다.
인근 주민 가운데는 이태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고착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태원에서 60년째 살고 있다는 주민 우성훈 씨(66)는 “안타까운 마음에 사고 현장에 10번 넘게 갔다”면서 “앞으로 이태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을 텐데 장사하는 사람이 무슨 죄가 있을까 싶다”며 씁쓸해했다. 이태원로 인근 상인 C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오랫동안 상권이 위축돼 힘들었다가 이제야 다시 살아나나 싶었는데, 손님들이 영영 돌아오지 않을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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