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탈선사고 여파로 ‘출근길 대란’
지하철-KTX 등 종일 운행 차질
인파몰린 1호선 12차례 112 신고
“혼잡 예상됐는데도 사전안내 부족”
“열차가 구로역에 도착할 즈음 앞에 있던 여성 승객이 인파에 갇혀 숨을 몰아쉬더니, 눈에 초점이 사라지더라고요. 승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숨 막혀요!’ ‘제발 다음 거 타주세요!’라고 외쳤어요.”
7일 아침 동인천역에서 서울 지하철 1호선을 타고 구로역에서 내렸다는 송대한 씨(30)는 열차 안에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고 했다. 송 씨는 “성인 여성의 울음소리도 들렸다”며 자신 역시 “사람들에 눌려 다치거나 다시 탈선 사고가 날까 봐 정말 무서웠다”고 했다.
전날 오후 8시 53분경 발생한 무궁화호 탈선 사고 여파로 이날 지하철 1호선 운행과 KTX 등 철도 운행이 종일 차질을 빚었다. 지하철에 몸을 구겨넣은 승객들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악몽을 떠올리며 몸서리쳤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뒤늦은 통보에 분통을 터뜨렸다.
○ 인파 몰리며 “숨 못 쉬겠다”
사고 여파로 1호선은 구로∼용산역 구간 급행열차 운행이 거의 종일 중단됐다. 이 때문에 구로역 환승 승객이 늘면서 나머지 구간 열차도 줄줄이 지연됐고, 객차에는 승객이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환승역인 구로역과 신도림역 등의 승강장에도 인파가 대거 몰렸다.
좁은 공간에 인파가 몰리면서 ‘숨을 못 쉬겠다’는 신고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8시 16분경 서울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에선 한 시민이 “(열차 안에) 사람이 너무 많아 숨을 못 쉬고 있다”고 112에 신고했다. 이날 구로경찰서에는 유사한 신고가 12건 들어왔다. 구로경찰서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 직후라 특히 불안해하는 시민이 많았다. 경찰이 출동해 통제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전날 발생한 탈선 사고로 혼잡이 예상됐음에도 사전 안내가 부족했다고 입을 모았다. 부평역에서 시청역까지 1호선을 이용한 직장인 박모 씨(34)는 “사고 12시간 만인 오전 8시 27분에 서울시가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해 달라’는 문자를 보냈는데, 그때는 이미 인파가 가득 찼던 때였다”고 했다. 전날에는 오후 9시 35분경 ‘운행재개’ 문자를 보내 혼선을 초래하기도 했다.
○ 전장연 지하철 탑승 시위 재개
이날 장애인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시위도 진행돼 출근길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시위로 지하철 8호선 하행 운행이 약 38분 중단되고 4, 5호선도 11∼17분 지연됐다. 전장연은 국가애도기간 중단했던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이날부터 재개했다.
승객으로 가득한 객차에 시위 참여자가 전동 휠체어를 밀고 들어오면서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오전 8시 36분경 회현역에선 서울교통공사 지하철보안관이 가속하는 전동 휠체어에 부딪혀 발목 부위에 경상을 입었다.
○ 사고 복구에 20시간 넘게 걸려
철도 운행도 종일 차질을 빚었다. 코레일은 이날 KTX 열차와 일반 열차 총 149편의 운행이 중단됐고, 79편이 운행구간을 단축하거나 출발역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복구 작업은 이날 오후 5시 반에야 마무리됐는데, 지연됐던 열차가 순차적으로 출발하느라 서울역 대합실은 오후 6시 반에도 대기 중인 승객들로 북새통이었다. 부산행 열차를 예약한 전성열 씨(26)는 “오후 2시 35분 출발하는 차였는데 오후 6시 20분에야 출발한다”고 하소연했다. 복구는 완료됐지만 이후에도 일부 서행운행이 이어지면서 지하철 1호선은 퇴근길에도 혼잡을 빚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고는 탈선된 칸 수가 6칸으로 많고, 기중기로 차량을 선로에 안착시키는 작업에도 어려움이 있었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출장 중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고가 끊이지 않는 코레일은 이제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걸 바꿔야 한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