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경찰청장 “정보과장이 삭제 지시”… 해당 과장-정보계장 피의자 입건
용산경찰서장-소방서장 등 4명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입건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 의혹에 대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가 경찰을 넘어 소방, 용산구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7일 특수본은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당직 상황관리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및 정보계장 등 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전날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 “보고서 작성 안 한 걸로 하자” 회유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국회에서 “(용산서) 정보과장이 삭제 지시를 했다고 보고받았다”고 했다. 특수본은 용산서 정보과장 A 씨가 지난달 26일 작성된 정보 보고 문건 등을 참사 후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건을 작성한 정보관의 컴퓨터에서 원본이 삭제됐다”며 “(정보과장이나 계장이)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하자’며 회유한 정황도 파악했다”고 밝혔다.
특수본에 따르면 이 전 서장과 류 전 과장은 각각 참사 당일 현장과 서울청 112상황실에서 임무를 소홀히 하고 지휘부에 사태를 뒤늦게 보고한 혐의(직무유기) 등을 받고 있다. 박 구청장은 핼러윈 주말 인파 밀집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고도 충분한 안전사고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용산구 이태원 일대 일반음식점에서 손님들이 춤을 출 수 있도록 조례로 허용하는 과정에서 유착 등의 문제는 없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수뇌부와 서울시 등으로 수사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을 묻자 김 대변인은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고 했다. 김 청장은 이날 “책임을 통감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감찰 조사와 수사 결과에 따라 처신하겠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 용산소방서, 경찰 공조 요청 무시했나
경찰은 소방 당국의 구조 활동이 적절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참사 당일 오후 8시 반과 9시경 ‘인파가 몰려 통제가 안 된다’ ‘대형 사고 일보 직전’이라는 112 신고를 받고 소방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그러나 소방은 두 차례 모두 출동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출동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경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참사 전 다급한 신고를 두고 경찰과 소방이 서로 대응 요청을 주고받으며 도돌이표를 그린 셈이다.
참사 발생 직전인 오후 10시 12분 ‘숨을 못 쉬겠다’는 119 신고에 출동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 이 국장은 “신고자의 목소리에 생기가 있었고, 통화도 정상적으로 종료됐다”고 해명했다.
○ ‘차량 고집’ 용산서장, 최단거리 우회로 지나쳐
한편 참사 현장으로부터 도보 10분 거리에서 차량 우회로를 찾으며 1시간을 허비한 이 전 서장은 이동시간을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을 지나치고 먼 길을 돌아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참사 당일 오후 10시경 현장에서 약 700m 떨어진 녹사평역에 도착한 이 전 서장의 관용차는 최초 경리단길을 통해 우회를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자 되돌아 나왔다고 한다. 녹사평대로를 따라 내려간 이 전 서장의 관용차는 주한 사우디아라비아대사관 앞길로 진입하지 않고 지나쳤다. 이 길은 다른 우회로에 비해서 비교적 통행이 원활한 편이었다. 이 전 서장의 관용차가 정체가 더 심하고 거리도 먼 도로를 거쳐 이태원 앤틱가구거리 부근에 도착했을 때는 사고 발생 후 40분이 흐른 오후 10시 55분경이었다. 이 무렵 대통령실 관계자가 현장 확인을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이 전 서장은 전화를 받지도, 회신하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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