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뒤로 빨리 뛰어” “경찰 출동 독촉해달라”…긴박했던 119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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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1월 8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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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 도로가 압사 사고로 인해 출동한 소방차와 구급차로 가득 차 있다. 뉴스1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 도로가 압사 사고로 인해 출동한 소방차와 구급차로 가득 차 있다. 뉴스1
이태원 참사 당시 다급했던 구조 상황을 보여주는 소방 무전 기록이 공개됐다.

8일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이 서울종합방재센터 종합상황실로부터 제출받은 ‘이태원동 구조 관련 녹취록’에 따르면 소방은 무전을 통해 끊임없이 추가 소방력과 경찰 출동을 요청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20분경부터 “사람이 깔려 있다” “경인 비발(경찰 출동) 독촉 좀 해달라”는 무전이 오갔다. 3분 뒤에는 “10명 정도가 깔렸다는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는 무전이 현장 출동 지휘대에게 전달됐다.

지휘팀장은 10시 29분 “차량 정체 심해서 차량 진입이 곤란한 상황이라 대원들이 도보로 이동 중”이라고 보고했다.

그는 2분 뒤 현장에 도착해 “해밀톤호텔 바로 옆 골목에 30명 정도 되는 행인이 넘어져 있는 상태고 구급차는 현재까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때 3명의 의식이 없다는 신고 내용도 공유됐다.

10시 42분에는 “15명 정도 CPR(심폐소생술)을 실시 중인데 인원이 모자란다. 대원들 빨리”라며 추가 출동 요청이 들어왔다. 지휘팀장은 곧이어 소방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호텔 좌측 골목 쪽으로 진입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경찰에 속히 요청해달라”고 보고했다.

이후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이는 대원들이 구급차와 지원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녹취에 담겼다. “구급차 빨리” “응급환자 20명 넘는다. 다 CPR 실시 중” “대원들 뒷골목으로 더 들어와야 한다. 훨씬 많은 대원 필요하다” “후면에 CPR 환자 급증한다” 등의 무전이 오갔다.

10시 55분 용산지휘소는 관제대에 “해밀톤 입구 1번 출구 골목 진입이 불가할 정도로 통제가 안 되는데 112 신고해서 추가 경인 좀 많이 비발시켜달라”고 요청했다.

30일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현장에서 경찰 및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뉴스1
30일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현장에서 경찰 및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뉴스1
11시 5분부터는 용산소방서장이 무전으로 자신이 지휘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해밀톤호텔 뒤편으로 추가 소방력 지원을 요청한 후 현장에 도착한 소방력에게 호텔 뒤편으로 빨리 뛰어가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경찰력을 해밀톤호텔 뒤편으로 많이 보내줘야 한다. 빨리”라고 경찰 추가 지원도 요청했다.

11시 13분 관제대는 대응 2단계 상향을 알렸다. 용산소방서장은 “CPR 환자가 하도 많아 몇 명인지 셀 수도 없다”며 추가 소방력과 경찰력을 보내달라고 말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은 11시 48분 “현 시간부로 대응 3단계를 발령한다”고 선언했다.

용산소방서장은 경찰의 교통 통제 등을 지속해서 요청했다. 11시 55분경에는 “녹사평에서 이태원역까지 통제가 안 되고 있다. 경찰력을 빨리 추가 출동 요청해 구급차가 빠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사 현장 인근 골목에서도 “여러 명 쓰러져있어” 신고
무전 기록을 보면 많은 사상자가 나온 해밀톤호텔 골목 외에 인근 골목에서도 구조 신고가 있었다.

오후 11시 36분경 호텔에서 서쪽(녹사평역 방향)으로 100m 정도 떨어진 다른 골목의 주점을 포함한 2곳에서 여러 명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 내용이 무전으로 전달됐다. 이에 지휘차에서는 호텔 앞쪽에 있는 구급대원을 이쪽으로 보냈다. 다만 실제로 이곳에 환자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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