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시간 안에 온 DMAT 단 2곳…경찰, 의료진 출입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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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1월 9일 15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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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당시 사고현장에 예상시간과 비슷하게 도착한 재난의료지원팀(DMAT)이 단 2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상시간보다 짧게는 8분, 최대 29분 늦은 것은 물론 출동 요청 후 72분이 지나서야 도착한 DMAT도 있었다.

특히 현장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이 의료진들의 출입까지 통제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 1분1초가 급한데…경찰, 신분 확인하느라 의료진 현장도착 지연

9일 뉴스1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당시 소방은 요구조자의 구조를 위해 사고 현장 내부 가까이에, 경찰은 현장의 비상상황 경계를 위해 이태원역과 녹사평역까지 교통을 밖에서 통제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의료진들은 경찰의 신분 확인을 거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다고 증언했다.

현장 통제가 불가피했던 측면은 이해를 하지만 1분1초가 급박했던 의료진 입장에서는 경찰의 조치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날 현장에 출동한 의료진 A씨는 “차가 들어가지도 못하고 핼러윈이여서 당연히 분장하는 분위기라 통제가 심했다”며 “경찰이 막는 데는 아예 출입을 하지 못하게 해 다퉈서 진입했다”고 말했다.

응급의료센터 관계자 B씨는 “핼러윈이다 보니 의사나 간호사 분장을 하는 시민들도 있기에 신분을 검사하는 입장도 이해하지만 촌각을 다투는 의료진 입장에서는 아쉬웠다”며 “재난상황에서 의료진들의 진·출입과정에서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제도가 개선돼야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구급차 조차도 진입이 안 돼 일부 구급대원들은 현장으로 뛰어가야 했다는 증언은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여기에 현장 인근에서 또한번 경찰의 신원 확인 작업으로 인해 시간이 지체된 셈이다.

이같은 상황은 정부가 재난 발생 시 응급 의료진들에게 상황을 전파하고 의료활동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도 확인된다.

‘의료진 조끼를 입은 지원센터 인력을 경찰이 자꾸 통제해서 현장 진입이 안 된다고 한다’거나 ‘신속대응반, 지원센터 모두 현장 진입을 못했다’는 호소가 올라왔다. 심지어 ‘이런 식이면 저희 DMAT 출동 못 시킨다, 자꾸 이러면 저희 다 철수한다’고 항의하는 글도 눈에 띈다.

실제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가 거점병원별 재난의료지원팀(DMAT)에 출동을 요청한 시간과 도착한 시간 사이에는 간극이 크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거점병원별 재난의료지원팀(DMAT)의 출동요청 건수는 14건으로 그중 예상 시간 내 도착한 DMAT는 서울대학교병원팀과 고대안암병원팀 단 2곳뿐이었다. 특히 경찰력 배치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29일 오후 11시54분 이후 경찰의 출입통제가 이뤄지면서 제 시간에 현장에 도착한 의료진은 고대안암병원팀 1곳밖에 없다.

응급의료센터가 33분 걸릴 것으로 예상한 한양대 DMAT는 도착까지 50분이 걸렸고 이대목동병원 DMAT는 28분이 예상됐지만 57분이 걸렸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지역경찰 및 교통 기능에서 자체적으로 확인한 바 아직 보고받은 게 없다”며 “해당 내용은 감찰 또는 수사과정에서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광범위한 재난 현장 내부 소통 필수적…DMAT팀장에게 권한 부여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한복판에서 심정지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했다. 3년 만에 첫 ‘야외 노마스크’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리면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청은 이날 오후 11시13분 이태원에서 압사 추정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대응 3단계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30일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현장 인근에 어수선한 모습으로 모여있는 시민들의 모습. 2022.10.30/뉴스1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한복판에서 심정지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했다. 3년 만에 첫 ‘야외 노마스크’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리면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청은 이날 오후 11시13분 이태원에서 압사 추정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대응 3단계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30일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현장 인근에 어수선한 모습으로 모여있는 시민들의 모습. 2022.10.30/뉴스1
전문가들은 이번 이태원 참사와 같이 대응해야 하는 현장이 넓게 분포할 경우 원활한 소통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도 사고 발생지점인 이태원동 119-7부터 이태원역 현장 응급진료소까지 반경 6000㎡로 매우 넓게 분산돼 있었다. 이에 현장을 통제하는 용산소방서장과 진료소장인 용산보건소장, DMAT와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재원 용산보건소장은 현장에서 피해자들의 중증분류를 DMAT에게 지시했다. 하지만 분류된 피해자들을 어느 병원으로 보낼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때 순천향대 병원에는 80여명의 사상자들이 몰렸다. 이들은 대부분 심정지·사망 상태였다. DMAT는 이에 30일 오전 1시15분쯤 이태원역 1번출구와 2번출구 사이 현장 임시영안소를 구축하고 46명의 희생자들의 시신을 안치하고 추가적인 이송을 막았다.

응급의료센터 관계자 B씨는 “재난현장에서 광대한 범위의 필드를 다룰 때는 소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현장을 통제하는 용산소방서장과 진료소장인 용산보건소장이 DMAT와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난 상황에서는 가능성 있는 환자부터 이송해야 하며, 심정지의 경우도 제일 후순위로 이송하는 게 원칙이다”며 “재난 응급의료에 관한 학식이 풍부한 연장자인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 보건소장과 같은 책임을 갖는 공동 소장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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