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수사 놓고 부글부글
최근 경찰청 특수수사본부(특수본)에서 진행 중인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수사를 놓고 소방과 경찰에서 반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소방의 경우 9일이 ‘소방의 날’ 60주년이었지만 일선 소방관 사이에선 자축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 대신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현장에서 구조를 지휘했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된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특수본은 9일 브리핑에서 최 서장에 대해 “소방 내부 문건과 보디캠 현장 영상, 소방 무전 녹취록 등 수사 상황을 종합해 입건했다”고 밝혔다. 최 서장은 사고 발생 30분가량 지난 오후 10시 43분경 소방 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오후 11시 13분경 2단계로 상향했는데 각 단계 발령이 늦어 구조 인력이 신속히 투입되지 못했다는 게 특수본의 판단이다.
하지만 참사 당일 현장에서 근무했던 서울의 한 일선 소방관은 동아일보 기자와 가진 통화에서 “최 서장은 당일 오후 7시 반부터 이태원 119안전센터에 나와 현장을 살폈다”면서 “당시 최선을 다해 지휘했던 사람에게 참사의 책임을 묻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백호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소방지부장도 “최 서장은 당일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누구보다 책임감 있게 일선 지휘관 역할을 다했다”며 “(경찰의 서장 입건은) ‘꼬리 자르기’식 책임 전가”라고 반발했다. 7∼9일 서울소방재난본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는 최 서장을 응원한다는 시민 등의 글이 약 1100개 올라왔다. 이에 대해 특수본 관계자는 “증거와 법리에 따라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의 강한 질책에 따라 고위 관계자가 잇달아 입건되고 압수수색까지 당한 경찰 내부에선 ‘잘못한 건 맞지만 우리가 다 책임질 일은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전의 일선 경찰관 A 씨는 8일 오전 경찰 내부망 폴넷에 올린 글에서 “관련 법령에는 국가적 재난의 책임자가 지방자치단체장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라고 명시돼 있는데 왜 경찰만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썼다. 경기남부경찰청에 근무하는 경찰관 B 씨는 9일 오전 “재난 사태의 근본 책임은 경찰뿐 아니라 용산구청장, 서울시, 상인회, 지역구 국회의원 모두에게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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