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을 지나가던 중 차 위로 쇠기둥이 떨어져 결국 폐차 위기에 처한 운전자가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차주 A씨는 “억울함을 넘어 사회에 대한 씁쓸함이 생긴다”며 지난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한 달여 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가로수길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10월 4일 오후 1시쯤 가로수길 골목을 차로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며 “그런데 갑자기 골목의 한 건물 광고판을 받치고 있던 쇠기둥이 떨어져 차를 덮쳤다”고 밝혔다.
당시 A씨는 폭탄이 터졌다고 느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그가 함께 올린 사진 속 차량 앞유리는 산산 조각나고 보닛 등이 긁힌 모습이었다. 그는 “루프 부분이 천이였기에 완충 역할을 해서 저 정도다. 조수석 안쪽까지 유리 파편이 다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후 보험회사 측은 건물 측 과실 100%라며 병원 진료 및 차 수리를 권했고, 사고 이틀 뒤 A씨는 강남경찰서에 형사 고소를 진행했다.
사고난지 한 달이 지난 현재, A씨는 외상 후 스트레스로 정신과 진료 및 목과 허리 등을 치료받고 있다. 문제는 아직도 사건의 진척이 없다는 점이다.
A씨는 “애지중지 아껴서 10년 동안 3만㎞밖에 타지 않은 차는 쉽게 고칠 줄 알았는데, 이탈리아 본사에서도 부품이 없어 폐차밖에 답이 없다더라”라며 “루프를 고정한 쇠들이 꺾여서 망가졌는데 이걸 수리할 수도 없고 이 부분만 견적이 1400만원 나왔다. 그러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형사는 아직 수사 중이라고 하고, 건물 관리인은 본인에게 책임이 지어질까 봐 건물주에게도 전할 의무가 없다고 한다”라며 “건물주는 광고판이 세워진 걸 몰랐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제가 크게 안 다친 걸 감사하며 넘겼으나, 가장 화가 나는 건 이 사건을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넘기는 태도들”이라고 토로했다.
또 A씨는 “진짜 사람이 죽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냐. 만약 제가 걸어갔으면 어떤 일이 생겼겠냐”라며 “피해자는 있는데 건물주는 사과도, 연락도 없다. 본인들끼리 책임을 회피한다”고 하소연했다.
동시에 “처음에는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다. 이렇게 복잡해질 줄 몰랐고, 변호사를 쓸 정도의 일이라고 생각도 못 했다”며 “형사분께서 책임자를 밝혀주시면 그때 변호사를 쓰려고 했다. 보험사도 제 과실이 아닌데 책임자가 밝혀지지 않아서 아직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없고, 해줄 수 있는 것도 없다더라. 금방 해결될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 잘못인 것 같다”고 자신을 탓했다.
끝으로 A씨는 “단지 지나간 것뿐인데….”라고 속상해하면서도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냐. 일도 못 하고 혼자 속상한데 답이 안 보인다”고 조언을 구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사람이 다쳤어도 이렇게 대응할까? 대낮 강남 한복판에서 어이가 없다”, “강남구청에도 신고 해서 불법광고판 벌금 물게 해라”, “해당 건물에 있던 게 떨어졌으면 건물관리인과 건물주의 1차 책임이 있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 “요즘 불법광고판 설치와 관리 소홀 문제로 난리던데 건물주와 건물관리인, 그리고 구청의 방관과 안일한 대처가 사고를 부른 것 같다”, “묻지마식 책임 전가에 신물 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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