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조카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이 이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판결이 내년 1월 내려진다.
1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8단독 이유형 부장판사는 이 의원 조카 살인사건 피해자의 아버지 A씨가 이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차 변론기일을 열고 내년 1월12일을 선고기일로 지정했다.
이날 재판에는 A씨 측 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와 이 대표 측 소송대리인인 나승철 변호사가 모두 자리했다. 나 변호사는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 변호인단을 맡는 등 이 대표의 법조계 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다.
A씨 측 이 변호사는 이 대표가 지난 20대 대선 후보로 나선 기간, 이 대표가 과거 변호사 시절 변론했던 이 대표 조카의 일가족 연쇄살인 사건을 ‘데이트 폭력’이라 표현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안겼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유족 입장에서는 이 대표의 과거 변론 내용과 지난 대선 기간 페이스북에 주장한 내용이 너무나 달라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심각하다”며 “16년 동안 원고에 대해 직접적인 사과 의사 표시를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는 과거 정신질환에 의한 감경은 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했는데, 정치인으로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해도 이 같은 발언은 지나치게 이율배반적이고 원고의 고통을 심각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과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이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모 대학교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행복추구권과 관련해 유족의 추모감정을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이 사건에 적용해야 한다고 재판부에 제출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문제의 발언이 사과하는 표현에 불과하다며 맞섰다. 이 대표 측은 조카의 살인 범행을 ‘데이트 폭력’으로 지칭한 것과 관련해 명예훼손의 의도는 전혀 없으며 혐의 요건도 충족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준비서면을 지난 4일 재판부에 제출한 바 있다.
나 변호사는 “피고의 16년 전 변론이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한 것처럼 주장하지만 대선 후보 당시 발언은 원고의 생각과 일치하고 원고에게 사과하는 표현이었다”며 “원고 주장처럼 피고의 불법행위가 과거 변론이라면 소멸시효가 지난 것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선 후보 발언을 문제 삼는다면 당시 데이트 폭력이 아닌 ‘데이트 폭력 중범죄’라고 표현했고 사건을 왜곡한 바가 전혀 없다”며 “노 전 대통령 판례를 제시했는데 이는 피고가 원고를 희화화하고 조롱하려는 내용을 문제로 지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연인 사이 살인 사건에 대해 언론에서 데이트 폭력이란 표현을 써왔고, 이에 대해 보다시피 우리 사회가 유족 추모감정에 대해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단계였다고 생각한다”며 “피고가 페이스북에 글을 썼을 당시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데이트폭력이라고 한 것을 피고가 썼다고 해서 불법행위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 대표는 변호인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유족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나 변호사는 “피고가 직접 출석은 못했지만, 출석하게 되면 반드시 유족들에 대해서 죄송하다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해달라고 부탁을 했다”며 “제가 피고를 대신해서 다시 한 번 유족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피고가 제1야당 당 대표이고 대선후보였는데 직접 사과문 등을 제출하시면 더 진정성이 있고 유족의 분노나 슬픔을 위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리인을 통해서 말씀하시는 것보다 그런 방법이 좀 더 적절하지 않은가 이런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조카 김모씨는 지난 2006년 교제하던 B씨가 헤어지자고 하자 집을 찾아가 B씨와 B씨 어머니를 수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당시 이 사건에서 이 대표가 조카를 변론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는데, 대선 후보 시절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데이트 폭력 중범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지난해 12월 명예훼손에 따른 1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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