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아연광산 극적 구조 박정하씨 “열악한 환경 개선돼야”

  • 뉴시스
  • 입력 2022년 11월 11일 11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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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의 열악한 작업 환경이 개선되길 바랍니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에서 작업 중 고립됐다 극적으로 구조된 광부 박정하(62)씨와 박모(56)씨 등 2명이 11일 입원 일주일만에 퇴원했다.

극적으로 구조돼 이날 퇴원한 광부들은 ‘이태원 참사’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221시간 만의 ‘생환의 기적’을 보여줬다.

광부들은 지난달 26일 오후 6시께 봉화 아연광산에서 매몰사고가 발생해 작업 중 갱도에 고립됐다.

당시 사고는 제1수갱(수직갱도) 하부 46m 지점 갱도에 뻘(샌드) 900여t(업체 추산)이 쏟아지면서 수직 갱도를 막으면서 발생했다.

광부들은 제1수갱 지하 170m 지점에 갇혔다가 221시간이 경과한 지난 4일 오후 11시3분께 극적으로 구조돼 안동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구조된 광부들은 지난 5일 안동병원에 입원 후 내과에서 탈진, 저체온증, 횡문근융회증, 영양불균형을 비롯해 각종 후유증에 대해 중점적으로 치료를 받았다.

이날 퇴원 기자회견에서 반장 박정하씨는 구조당국과 동료 광부, 응원해 준 국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지금도 일하고 있을 광부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광산 내 열악한 작업환경을 개선해 줄 것”을 촉구했다.

박씨는 “일했던 광산은 아연광산이다며 아연을 만들기 위해 광채를 채광하면 선광 작업을 한다. 이때 발생하는 것이 광미다”며 “갱내에서 광물을 밖으로 내놓지 않고 사용하지 않는 곳에 쌓아 두는 것이 백필이다. 이는 정부에서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백필은 하면 안된다. 이것이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앞으로 광부로서의 삶이 아닌 광부들을 돕기 위한 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고 했다.

박씨는 “구조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하니 새로 태어난 기분이다. 감회가 새롭다”며 “살아 돌아 올 것이라 생각 못했다. 구조되던 날 생을 포기했었다. 국민들이 있었기에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됐다고 본다. 제2의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전했다.

또한 “앞으로 광산에서 일하기는 힘들 것 같다. 가족들과 이번 일을 통해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것을 알았고 가족들이 말릴 것이다”며 “광부들이 일하는 환경 자체가 80년대 초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다. 광부들 고생이 많다. 광부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활동을 할 계획이다”고 했다.

박씨는 현재 건강 상태에 대해 “지금 좀 어질어질하다”며 “육체적으로 거의 회복됐고 식사도 잘하고 있다. 하지만 밤에 잠이 들때 숙면을 못하고 새벽에 깨고 옆에 누가 있는지 확인한다.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박씨는 집으로 돌아가는 소감에 대해 “안에 갇혀 있을 때 가족의 소중함을 알았다. 가족들을 사랑한다.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전북 남원에 부모님 산소가 있다. 구조 당시에도 병원에서 퇴원하면 남원에 가 부모님을 뵙고 싶다고 했었다. 그래서 내일 찾아 가볼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함께 광산에 갇혔던 동료 박씨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박씨는 “나하고 작업한지 4일째 일을 당했다”며 “광산 경험도 없는 분이었다. 그곳에서 겁도 내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많이 달래며 안정을 시켰다. 둘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했다. 구조된 후에 ‘고맙다’, ‘형님 아니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씨는 취재진에게 “커피믹스를 가져 온 기자들은 없냐?”며 농담을 했다.

박씨는 “커피믹스가 화제가 된 것으로 안다”며 “커피믹스가 갇혀 있을 때 한끼 식사 대용이었다. 아침에 한잔, 점심에 한잔 등 모닥 불 위에 커피 포트로 물을 끓여 마셨다. 먹어보니 한끼 식사 대용이 됐더라. 사고 발생 4일째 되던 날 커피가 떨어졌고 이후 물만 마셨다”고 회상했다.

박씨의 말이 끝나자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박씨에게 커피믹스 한 박스를 건냈다.

이 지사는 “박씨와 이야기를 나눠 보니 전문가였다”며 “전문가가 있었기에 불도 피우고 살아 돌아 올 수 있었다. 애 끓는 사연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또 “광부들 9일 일하고 회사로부터 위로금 60만원을 받았다 들었다”며 “광부들의 식사나 인건비 등 열악하다. 도에서 감당하겠다. 검토 후 추가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지원금 4억2000만원 정도를 도에서 일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박씨의 아들(42)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안동병원 및 도민, 국민, 이철우 도지사 등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아들 박씨는 “너무 고맙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생각한다. 도민들이 알아보고 응원도 많이 해줬다. 아직까지 살기 좋은 나라구나 하고 느꼈다”며 “안타까운 생명이 사라진 사건인데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 왜 싸우는지 모르겠다. 아버지가 살아온 것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 고맙고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아버지와 함께 계시던 동료 분에게 울진군에서 숙식 제공을 해 준다했고 우리도 갈 예정이다”며 “동료분께서 보고 싶어 하셨던 바다도 보고 드시고 싶다 하셨던 미역국도 드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구=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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