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장치 끊고 도주한 ‘라임 錢主’ 김봉현 지명수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1일 2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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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서울남부지검 제공
‘라임자산운용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서울남부지검 제공
지난해 7월 이후 보석 상태로 재판을 받던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8)이 11일 오후 예정됐던 재판을 앞두고 손목시계형 위치추적장치를 끊고 도주했다. 검찰이 최근 구속영장을 2차례 청구하는 등 3차례에 걸쳐 김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음에도 무산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법원이 안이하게 대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남부지검에 따르면 법무부 보호관찰소는 이날 오후 1시 반경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 남단 부근에서 김 전 회장의 위치추적장치가 훼손된 사실을 파악했다. 수원여객과 스타모빌리티 자금 수백억 원을 빼돌리고 정치권과 검찰 등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김 전 회장은 이날 오후 3시 서울남부지법에서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었다.

김 전 회장은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4500여 명에게 1조6000억 원대 피해를 입힌 라임자산운용의 전주로 알려져 있다. 구속된 상태였지만 법원은 지난해 7월 보증금 3억 원을 내고 위치추적장치를 착용하는 조건으로 김 전 회장의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은 최근 김 전 회장이 중형을 예상하고 도주를 시도할 것에 대비해 다른 혐의에 대해 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9월 14일에는 2017∼2018년 광주 등에서 회사의 비상장주식을 판매하겠다고 속여 약 350명에게 91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쉽지 않고 1년 넘게 보석 조건을 위반하는 행동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과 함께 수감생활을 했던 이들로부터 그가 ‘중국 밀항을 준비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9일 구속영장을 재차 청구했지만 법원은 “보석 결정의 취지가 존중돼야 한다”며 다시 기각했다. 검찰이 지난달 21일 밀항 준비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김 전 회장의 대포폰에 대해 통신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 역시 기각했다. 검찰은 이후 보호관찰소에 24시간 밀착 감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김 전 회장의 보석 취소를 청구하고 이틀 후 심문에서 “도주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법원은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법은 김 전 회장이 도주한 직후인 11일 오후 3시경에야 뒤늦게 보석을 취소했다.

검찰은 이날 김 전 회장을 지명 수배했다. 경기 하남경찰서는 형사 20여 명을 투입해 팔당대교 일대를 수색하고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했지만 이날 늦은 시간까지 김 전 회장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다. 검찰의 공조 요청을 받은 해양경찰은 김 전 회장의 밀항 시도 가능성에 대비해 전국 항구의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일각에선 보석 시 조건부로 부착한 위치추적장치 훼손에 대한 법적 처벌 근거가 없다 보니 훼손 후 도주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바왕’ 유상봉 씨도 지난해 7월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에서 위치추적장치를 훼손하고 도주했다가 15일 만에 검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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