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멧돼지로 오인사격, 올해만 3번째 사망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4일 03시 00분


서산서 60대 엽사, 동료 총에 숨져
경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
최근 포상금 인상… 포획경쟁 가열
엽사들 고령화에 사고위험 높아져

멧돼지를 엽총으로 포획하는 과정에서 오인 사격으로 올해만 3번째 사망자가 나왔다. 이를 두고 전문가 사이에선 최근 포상금이 인상되면서 엽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총기 면허 보유자들이 고령화되고 있는 만큼 자격 갱신 절차를 강화하거나 고령층 면허 반납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오인 사격으로 올해 3명째 사망자
12일 오후 3시 50분경 충남 서산시 부석면 마룡리 갈대밭에서 엽사 A 씨(63)가 동료 엽사 B 씨(72)가 쏜 총을 맞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갈대밭 구역을 2개로 나눠 멧돼지를 수색 중이었는데, B 씨가 약 70m 거리에서 움직이던 A 씨를 멧돼지로 오인하고 엽총 2발을 발사해 등과 복부에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B 씨는 “사람 키만 한 높이의 갈대가 흔들리는 와중에 시커먼 물체가 움직여 멧돼지인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B 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멧돼지 오인 사격으로 사망자가 발생한 건 올해만 3번째다. 올 7월 20일엔 경남 양산시 하북면에서 엽사 C 씨(62)가 엽사 D 씨(53)를 멧돼지로 착각해 총으로 쏴 숨지게 했다. 올 4월 29일엔 70대 택시기사가 서울 은평구 구기터널 인근 도로에 차를 세워둔 채 소변을 보다 엽총에 맞아 사망했다. 당시 총을 발사한 엽사(73)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10월 1심에서 금고 1년 8개월을 선고받았다.
○ 포상금 인상에 너도나도 포획 나서
현재 전국 시군별로 활동하는 야생동물피해방지단 엽사들은 30∼40명가량이다. 그런데 최근 도심 멧돼지 출몰이 잦아지고, 멧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포획단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서산시의 경우 멧돼지 마리당 3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기존에는 15만 원이었지만, 지난해 8월부터 15만 원 인상했다. 여기에 환경부가 별도로 마리당 2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멧돼지 한 마리를 잡으면 총 5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서산시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들도 ASF 발생 이후 포상금을 올린 것으로 안다”고 했다. 포상금 인상으로 엽사들의 ‘포획 경쟁’이 가열되면서 오인 사격도 같이 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엽사들이 경쟁적으로 포획에 나서는 과정에서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며 “과도한 경쟁을 막을 수 있도록 보상 체계 등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총기 면허 보유자들이 고령화되는 점도 사고가 잦아지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사망 사고를 낸 엽사 3명 중 2명이 70대, 1명이 60대였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고령자의 운전면허를 반납받는 것처럼 총기 면허도 일정 연령 이상일 경우 반납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현재 5년인 (면허) 갱신 기간도 단축하고 심사 기준을 강화해 총기 면허 소지 자격을 더 깐깐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멧돼지#오인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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