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署-서울시 실무진 잇단 사망에
내부망 “윗선 수사 없이 정권 눈치”
소방노조 “오늘 이상민 장관 고발”
특수본 “빠른 시일 수사범위 확대”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업무를 하던 서울시 공무원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를 받던 서울 용산경찰서 간부가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서울시와 경찰 등의 내부 반발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내부망 등에선 “일선 실무자들만 참사 책임을 지는 게 맞느냐”는 취지의 글이 확산되고 있다.
○ “참사 이후 업무 폭증, 중압감 컸을 것”
1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1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서울시 안전지원과장 A 씨는 참사 후 업무량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날 A 씨의 빈소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동료는 “A 씨가 참사 이후 국회 요구 자료 등을 만들고 수습 업무를 맡느라 퇴근도 제대로 못 했을 것”이라며 “참사 이후 업무 부담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시공무원노조 관계자도 “해당 부서가 (참사) 후속 조치는 물론이고 일반에 공개되는 자료 요청을 많이 받다 보니 중압감이 컸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 직원만 글을 쓸 수 있는 온라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도 “이태원 (참사와) 엮어서 왜 매뉴얼이 없었냐, 사전에 대비 안 했냐 등 취조하듯 했을 것”이라는 등 성토가 이어졌다. 사망 당일 경찰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 없는 부서’라고 밝힌 것을 두고선 “관련 없는 부서에서 왜 요구 자료를 제출하고 민원 답변을 하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서울시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31일 ‘이태원 사고 관련 재난심리회복 지원 계획’을 비롯해 다른 행사의 안전점검 관련 공문을 여러 건 결재했다. 참사 관련 서울시의회와 국회 요구 자료 제출, 관련 민원 처리도 A 씨 부서가 담당했다.
○ 숨진 정보계장 동료 “전날까지 억울함 토로”
핼러윈 기간 안전사고 우려를 담은 내부 문건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혹으로 특수본 수사를 받던 중 11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용산경찰서 정보계장 B 씨의 동료들은 “B 씨가 특수본 수사에 상당히 억울해했다”고 전했다.
12일 B 씨 빈소에서 만난 한 동료는 “사망 전날 저녁에 통화했는데 ‘그런 지시를 한 적 없다’며 억울해했다”면서 “잘 마무리해 보자고 다독였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안타까워했다. 유족들은 이날 빈소를 찾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살려내라”,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며 고성으로 울분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 사망 이후 경찰 내부 반발은 한층 거세지고 있다. 한 경찰은 경찰 내부망에 “특수본이 윗선에 대한 수사는 전혀 안 하고 정권 눈치만 보며 현장 경찰만 윽박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경찰은 “수뇌부는 왜 제대로 말을 못 하느냐”며 “대통령 경호경비가 우선순위라 경찰력을 대통령 경호와 집회 시위에 더 집중했다. 경찰 책임도 있지만 1차 책임자는 서울시장과 용산구청장이라고…”라고 썼다. 이 글에는 공감을 표시하는 동료 댓글이 1400개 넘게 달렸다.
특수본이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지휘한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입건한 것을 두고선 소방 내부에서 “꼬리 자르기 수사”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소방청지부는 “14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특수본 수사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자 특수본은 13일 기자들에게 “‘지지부진하다’, ‘하위직만 수사한다’ 등 다양한 의견을 겸허히 청취하고 있다”며 “기초수사를 통해 확정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빠른 시일 내 수사 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니 믿고 결과를 지켜봐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수본은 이날 용산구 및 서울교통공사 직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참사 당일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에서 열차를 무정차 통과 조치하지 않은 이유 등을 조사했다. 참사 발생 직전 경찰의 무정차 통과 요청을 이태원역장이 묵살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사실 관계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은 12일에는 용산경찰서, 용산구, 용산소방서 직원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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