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침수신고 7000건인데 ‘위험’ 지정 한번도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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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침수 신고 상위10곳 중 ‘위험’ 지정은 4곳뿐
본보, 주택침수지도 첫 공개
정부-지자체 수해방지대책 구멍…실제피해-방재예산투입 엇박자


2007년 이후 서울에서 침수 신고가 가장 많이 접수된 10개 동 중 관내가 ‘침수위험지구’로 지정된 곳은 4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침수위험지구 지정에 기초해 이뤄지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수해 방지 대책이 실제 침수 피해 지역과 동떨어진 채 추진돼 온 것이다.

동아일보는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입수한 전국 읍면동별 주택 침수 신고 건수 자료와 자연재해대책법상 ‘침수위험지구’로 지정된 635곳을 비교했다. 그 결과 2007년 이후 서울에서 침수 신고가 많이 접수된 10곳 중 관내가 침수위험지구로 지정됐던 곳은 동작구 사당동, 양천구 신월동, 강서구 화곡동, 서초구 방배동 등 4곳에 불과했다. 관악구 신림동(7665건)과 영등포구 대림동(3447건)의 경우 침수 신고 건수가 전국 1, 2위였음에도 1998년 제도 도입 후 한 번도 침수위험지구로 지정된 적이 없었다. 전국적으로도 침수 신고 상위 30개 읍면동 가운데 한 번이라도 위험지구로 지정됐던 곳은 12곳뿐이었다. 지자체의 방재 예산 투입도 실제 피해 지역과 괴리가 있었다. 서울시의 풍수해종합계획상 투자 우선순위에서 신림동은 17위, 대림동은 36위에 불과했다.

동아일보는 재해에 대비한 정보 공개 및 공유가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전국 읍면동별 주택 침수 신고 건수와 침수위험지구 지정 내역을 동아닷컴 홈페이지(www.donga.com/dspecial/1)를 통해 공개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갖고 있었음에도 주택 가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등 주민 반발을 우려해 한 번도 제대로 공개된 적이 없던 자료다.

전국 635곳 침수위험지구에 없어
실제 피해 많아도 대책은 후순위
투자우선순위 각각 17, 36위 그쳐





동아일보는 행정안전부로부터 2007년∼2022년 8월 전국 읍면동 주택 침수 신고 건수 자료를 입수해 분석했다. 그 결과 상습 침수 지역으로 많이 알려진 서울 관악구 신림동(1위·7665건), 양천구 신월동(4위·2400건) 등 외에도 사각지대에 있던 침수 지역들이 다수 드러났다.
○ 새로 드러난 침수 지역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경우 분석 기간에 주택 침수가 3447건 신고돼 신림동에 이어 전국 2위였다. 지난달 대림동 자택에서 만난 정모 씨(62)는 “기록적 폭우가 내린 올여름은 물론이고 6, 7년 전에도 비가 많이 와 집에 물이 들어찼다”고 했다.

하지만 대림동은 그동안 침수 피해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 검색 결과 2006년 이후 ‘침수’와 ‘대림’이 함께 언급된 언론 보도는 72건에 불과했다. 전국 침수 신고 건수 39위인 서초동(575건)이나 245위인 잠실동(60건)의 보도 건수가 각각 765건, 379건으로 훨씬 많았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7위·1990건)과 강남구 개포동(14위·1413건)도 이번 분석을 통해 보도 대비 침수 피해 신고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외 지역에선 경기 광명시 광명동의 침수 신고 건수가 2169건(6위)으로 가장 많았다. 안양천 지류인 목감천 범람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광명동에 20년간 거주한 조영자 씨(81)는 “2011년 추석 무렵 집이 침수돼 도배와 장판을 새로 했는데, 올 8월 집중호우 때도 배수구에서 물이 역류했다”고 했다.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부평구 부평동도 각각 침수 신고가 1538건(13위), 1173건(16위)으로 많은 편이었다.
○ 침수위험지구, 실제 피해 지역과 괴리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라 지정되는 침수위험지구는 침수 피해가 발생했거나, 향후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에 방재 사업을 벌이기 위해 시장, 군수, 구청장이 지정한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침수위험지구 주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실제 주택 침수 피해가 많았던 지역과는 상당히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이 밀집한 서울은 분석 기간 침수 신고가 5만5777건으로 전체(15만1989건)의 36.7%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 10월 현재 침수위험지구로 지정된 635곳 중 서울 지역은 3곳에 불과했다. 주택 침수 건수가 전국 1, 2위인 신림동과 대림동 역시 한 번도 침수위험지구에 지정된 적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각 기초단체장이 장기적 안목에서 침수위험지구를 지정해야 하는데 ‘표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정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의 한 구청 치수과 공무원은 “침수위험지구로 지정되면 ‘재산상 피해를 입는다’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다 주택 및 상가 밀집 지역은 하수관거를 정비하려 해도 주민 동의 등 과정이 복잡해 효과를 보기까지 오래 걸린다”며 “단체장 입장에선 굳이 나서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강남역에 투자순위 밀린 신림·대림동
서울시의 풍수해종합계획(2016년)에서도 실제 피해 지역과 투자우선순위의 괴리가 드러난다. 이 계획은 과거 수해를 분석해 향후 예산 투입 지역과 투자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라 10년마다 수립되고, 수립 후 5년이 지나면 변경할 수 있지만 서울의 경우 지난해 변화가 없었다.

이 계획은 관악구 신림동(도림천4지구)과 대림동(도림천1지구)을 투자우선순위에서 각각 17, 36위로 설정했고 투자 시기는 2단계(2019∼2021년)로 미뤘다. 둘 다 투자순위 산정 기준 가운데 ‘인명손실도’에서 25점 만점에 5점을 받아 후순위로 밀린 것이다. 이에 따라 도림천 일부 구간 하천 단면 확장 사업은 올 연말에야 끝날 예정이다. 그 대신 투자 1단계에 포함된 곳은 강남역 일대(1순위), 서초동(2순위), 사당역 일대(3순위) 등이었다.

하지만 올 8월 폭우 당시 신림동에선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사가 진행된 2013년까지 인명 피해가 잦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강남역 일대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던 것”이라며 “풍수해종합계획 수립까지 기다리지 않고 (신림동과 대림동을 지나는) 도림천 등에 2027년까지 대심도 빗물 배수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 읍면동별 주택 침수 신고 건수와 침수위험지구 지정 내역은 동아닷컴 홈페이지(www.donga.com/dspecial/1)에서 볼 수 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서울시 침수지도’ 디지털 페이지(www.donga.com/dspecial/1)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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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 팀장: 조응형 사회부 기자 yesbro@donga.com
▽ 취재: 최미송 이승우 사회부 기자
▽ 데이터 분석: 김현지 디지털뉴스팀 차장
#서울#침수#주택침수지도#침수위험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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