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맘때면 시험에 대한 강한 압박감과 초조함에 각종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수험생들이 많다.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도 천차만별이다. 이런 증상들은 집중력을 저하시키고 수능날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4일 김창연 대전자생한방병원 병원장을 통해 수능 직전 주의해야 할 수험생 증후군과 상황별 대처법에 대해 알아봤다. ◆“나만 뒤처지는 것 아닐까” 포모증후군, ‘생체리듬’ 유지 관건
포모증후군은 ‘놓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Fear Of Missing Out)의 약자와 ‘증후군’(Syndrome)을 조합한 용어로 주변인들의 행동을 보고 자신만 뒤처지고 있다는 마음에 불안?초조함을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소외증후군, 고립공포증이라고도 불린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학생들은 평소에 하지 않던 공부법이나 생활습관을 적용하기 위해 애쓰기도 한다. 하지만 수능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변화를 시도할 경우 오히려 생체시계를 망가뜨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 몸은 최적화된 생체리듬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항상성을 가지고 있다. 생체리듬이란 생활습관에 따른 수면시간, 혈압, 체온, 심박수 등의 일정한 주기를 말한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일상에 갑작스런 변화를 주면 생체리듬이 깨져 컨디션 유지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
최근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공부시간을 측정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캡처해 SNS에 인증하는 것이 유행이다. 이런 게시글을 보고 마음이 조급해져 무리하다가는 자칫 자신의 생활 패턴을 잃어버릴 수 있다. 평소와 같은 기상·취침시간, 식사습관 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수능날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귓속에 벌레가 있는 듯“ 귀벌레 증후군, 중독성 강한 노래 피해야
평소 습관이 컨디션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귀벌레 증후군’이 대표적이다. 귀벌레 증후군은 특정 노래를 듣고 난 후 멜로디가 마치 귀에 벌레가 들어간 것처럼 맴돌아 집중력이 떨어지는 증상을 뜻한다.
귀벌레 증후군은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한 뇌의 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중요한 시험을 보기 전과 같이 긴장 상태에 있을 때, 이를 해소하기 위해 즐거운 노래나 문구를 떠올리는 것이다. 흔히 중독성이 큰 후렴구를 가진 가요나 광고음악이 귀벌레 증후군을 유발하는 이른바 ‘수능금지곡’으로 알려져 있다.
귀벌레 증후군의 문제는 집중력 저하 뿐이 아니다. 지난해 발표된 미국 베일러대학 마이클 스컬린(Michael K. Scullin)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귀벌레 증후군은 수면장애를 심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질의 수면은 수험생 컨디션 관리에 필수이기 때문에 귀벌레 증후군을 더욱 경계해야 한다.
공부 중 음악을 듣는 습관이 있다면 가사나 반복적인 멜로디가 없는 재즈나 클래식을 듣는 것이 귀벌레 증후군 예방에 도움이 된다. TV나 라디오 등을 시청하고 있지 않더라도 항상 틀어놓는 가정의 경우 각종 음악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공부하는 공간이나 집안 환경을 조용하게 유지하는 것이 귀벌레 증후군을 막을 수 있고 숙면에도 효과적이다.
◆”졸립기만 하고 집중은 안되고“ 만성피로증후군도
무기력감, 집중력 저하가 반복되면 피로감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잠깐의 휴식으로 회복되는 일과성 피로와 달리 잠을 충분히 자도 6개월 이상 지속되는 피로를 만성피로로 분류한다. 만성피로증후군은 피로감이 오랜 기간 지속되고 집중력이 흐트러져 전반적으로 기운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
만성피로증후군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극심한 스트레스가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한의학에서는 만성피로증후군을 허로(虛勞) 증상으로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약 보존치료를 시행한다. 황제의 약이라고도 불리는 ‘공진단’은 면역력 증진, 정신피로 회복과 집중력 상승, 뇌세포 재생에 효과적이다. 실제 공진단의 효과는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지난해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뉴트리언츠(Nutrients)’에 게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진단의 뇌 신경세포 보호와 재생 기전이 최초로 확인되기도 했다.
김 병원장은 “피로감을 해결하지 않은 채 방치하면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이어져 치료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으므로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친 수험생의 피로를 개선하고 집중력을 높이는데 공진단과 같은 한약 처방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갑자기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 과호흡증후군도 경계해야
수능 당일 주의가 필요한 증후군도 있다. 바로 ‘과호흡증후군’이다. 1교시부터 갑자기 어려운 문제를 접하거나 답안지 마킹에 실수하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당황한 나머지 과호흡증후군이 올 수 있다.
과호흡증후군은 정신적으로 흥분하거나 긴장하면 호흡이 빨라지면서 체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정상 범위 아래로 떨어지는 증상이다. 이로 인해 어지러움과 경련, 저림 등이 발생하고 의식을 잃기도 해 심한 경우 응급실로 이송이 필요하다. 과호흡증후군은 회복 이후에도 머리가 멍하고 몸을 제대로 가누기 어렵기 때문에 수험생으로서 반드시 피해야 하는 질환이다.
긴장했을 때 쉽게 호흡이 가빠지거나 심장이 빨리 뛰는 체질이라면 우황청심원을 복용해 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우황청심원은 혈압조절과 흥분성 신경물질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시험 초반 긴장해소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체질에 따라 복용시 졸음이 오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미리 약을 복용해 효과를 확인해보는 것이 안전하다.
◆”시험 중 배가 살살“ 과민성대장증후군
최근 들어 복통과 복부 팽만감, 설사나 변비 등 배변 장애를 자주 겪었다면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과민성대장증후군은 특정한 음식을 먹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증상이 더욱 악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수험생들은 수능 전까지 매운 떡볶이나 기름진 치킨 등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수능 당일 식사는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아침에는 소화기관에 부담이 되지 않는 죽을 섭취하는 것을 추천한다. 점심시간에는 살짝 모자란 듯하게 먹으면 과민성대장증후군과 식곤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두뇌 회전을 돕기 위해 사탕, 초콜릿 등을 함께 챙겨가 포도당 및 열량을 보충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만일 시험 중 조금씩 복통이 느껴진다면 ‘양구혈’을 지압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양구혈’은 급성 복통에 효과적이라고 잘 알려진 혈자리다. 무릎 3cm 위 움푹 들어간 자리에 위치한 양구혈을 양 엄지를 이용해 눌러주면 과민성대장증후군을 비롯한 복통 완화에 좋다.
김 병원장은 “이제부터는 무엇인가 더 해내려고 하기보단 그동안 공부해 온 것들을 정리하며 과도한 긴장과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것이 좋다”며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을 최우선으로 컨디션을 잘 관리하면 시험 당일 수험생 증후군 걱정 없이 기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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