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의 ‘46억 원 횡령 사건‘에 대한 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보건복지부는 9월 25일부터 지난달 7일까지 실시한 특별감사 결과를 14일 공개했다. 진료비 지출 시스템이 허술하게 운영됐을 뿐만 아니라 횡령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기회도 여러 번 놓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와 공단에 따르면 공단 재정관리실 소속 팀장이었던 최모 씨는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총 7차례에 걸쳐 ‘압류진료비 지급보류액‘ 46억2000만 원을 횡령했다. 의료기관의 채권자는 공단에서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진료비 채권을 압류하고, 공단에 진료비 지급 신청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공단은 의료기관 대신 의료기관의 채권자에게 진료비를 지급하게 된다. 최 씨는 채권자에게 지급되기 전까지 대기 중인 진료비인 압류진료비 지급보류액을 횡령한 것이다. 현재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최 씨는 최근까지 필리핀에 도피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신병이 확보되지는 않았다.
복지부 감사 결과 공단의 진료비 지출 관리 시스템인 ‘통합급여정보시스템‘은 허술하게 운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압류진료비 업무처리지침에 따르면 압류진료비를 지급할 때는 지급받는 이의 예금주명, 금융기관명, 계좌번호를 입력하는 확인 절차가 있다. 이 3가지 항목을 제대로 입력해야 진료비 지급이 승인된다. 하지만 시스템 오류로 인해 최 씨가 임의로 자신의 계좌번호를 입력했는데도 지급이 승인된 것이다. 공단은 9월 22일까지 이 오류를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 시스템을 운영했다.
또 사전 예방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단 재정관리부는 올해 7월 지출사고 사전 예방 차원에서 내부 점검을 실시해 실장에게 서면보고 했지만 재정관리부장이 바뀌는 시기와 맞물려 형식적 점검에 그쳤다. 심지어 당시 이미 횡령을 저지르고 있던 최 씨가 ‘착오 지급은 없다‘라고 허위 보고했는데도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복지부는 “공단에 기관경고 등 행정처분을 내리고 재정관리실 실장 및 전현직 부장 3명에 대한 중징계 수준의 문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한편 공단은 14일 “현금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진료비 지급 결정 업무의 권한을 분산하고 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공단 측은 “전 임직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 강도 높은 경영혁신을 추진해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또 “최 씨는 파면 조치했고 복지부 특별감사 처분 요구 사항에 대해 시정 조치를 하는 한편 관련자에 대해서도 엄중문책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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