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블랙박스 메모리도 미리 빼둬”
도주 도운 친족 처벌 못하는 점 악용
도주 전날 ‘보석 취소 의견서’에도… 법원, 결정 미루다 도주 뒤 ‘취소’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사진·수배 중)이 11일 위치추적 장치를 끊고 달아나기 직전까지 조카와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치밀한 도주 계획을 세운 후 ‘범죄를 저지른 친족의 도주를 도운 경우 처벌할 수 없다’는 형법 규정을 마지막 순간까지 활용한 것이다.
또 검찰이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 김 전 회장 도주 전날 법원에 “하루빨리 보석을 취소해달라”는 의견서까지 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이 서둘러 보석 취소 결정을 내렸다면 김 전 회장의 도주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조카 동석 차량에서 위치추적 장치 끊었나
1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회장은 자신의 결심 공판이 예정된 11일 오후 1시 경 조카 A 씨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 남단으로 향했다. 이후 팔당대교 남단 부근에 도착하자 손목시계형 위치추적 장치를 끊고 달아났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위치추적 장치를 파손하는 순간 A 씨가 차량 안에 동석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A 씨는 검찰에서 “김 전 회장이 위치추적 장치를 끊은 줄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12일 A 씨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A 씨의 휴대전화와 블랙박스를 가져온 후 포렌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A 씨는 김 전 회장을 태웠던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빼 놨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A 씨와 휴대전화 유심도 바꿔 끼운 것으로 전해졌다.
○ “새 변호인단 선임” 얘기에 변호인단 집단 사임
서울남부지검이 지난달 26일 청구한 김 전 회장의 보석 취소 결정을 신속하게 내려달라는 의견서를 이달 10일 법원에 제출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달 8일 김 전 회장 변호인단이 집단 사임했다는 소식을 듣고 도주가 임박한 정황이라고 판단해 의견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 측은 김 전 회장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기 위해 새 변호인단을 선임하겠다고 해 사임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2019년 12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국내에서 도주했다가 5개월 만에 체포된 전력이 있다. 또 김 전 회장이 배후로 지목한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49·수배 중)은 2019년 말 해외로 나가 지금까지 도피 중이다.
그럼에도 서울남부지법은 결정을 미루다가 김 전 회장의 도주 사실을 통보받은 뒤에야 보석을 취소했다. 법원은 앞서 검찰이 2차례 청구한 구속영장과 밀항 준비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대포폰에 대한 통신영장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김 전 회장의 변호인과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및 통신영장을 기각했던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고교 동문이며 같은 법원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전관예우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B 변호사는 “고교 동문인 건 맞지만 잘 알지 못하는 사이”라고 해명했다.
○ “아직 밀항 의심 선박 발견 안 돼”
11일 김 전 회장 도주 직후 담당 검사가 “극단적 선택이 의심된다”며 112에 신고했던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경찰에 정식 공조 요청을 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임기응변으로 대응한 것이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출동할 수 있고,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 신속한 조치가 가능하다.
이후 법무부 보호관찰소가 경찰에 김 전 회장을 위치추적 장치를 훼손한 혐의(공용물건손상)로 수사 의뢰했고, 서울경찰청은 김 전 회장의 주거지와 가까운 서울 수서경찰서에 배당했다.
검찰의 협조 요청을 받은 해양경찰청은 중국 일본 동남아 등 김 전 회장이 밀항할 수 있는 국가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감시 중이다. 해경 관계자는 “아직 밀항 의심 선박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