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전남 완도군에서 뱃길로 50분 거리인 소안도. 선착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혜영 씨(65·여)는 “3t, 5t 물탱크에 이틀 동안 물을 받아 닷새를 버틴다. 쌀뜨물도 재탕, 삼탕까지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 저수율 바닥, 이틀 급수 후 닷새 단수
반세기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식수원이 말라가면서 소안도 주민 2300여 명은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1973년 이후 49년 만에 가장 적은 비가 올해 내리면서 ‘이틀 급수, 닷새 단수’의 비상 상황이 보름째 이어지고 있다.
소안도 식수원인 미라제의 저수율은 이날 현재 7%까지 떨어진 상태다. 완도군이 하루 평균 160t의 물을 배로 실어와 수원지에 쏟아 붓고 있지만 마른 땅으로 흡수되는 게 대부분이다 보니 7∼8%의 저수율이 올라가지 않는 상황이다.
이익수 소안도 비자리 이장(61)은 “식수원이 바닥나는 걸 막기 위해 동쪽 마을은 목·금요일, 서쪽은 화·수요일에만 급수를 하고 있다”며 “빨래도 엄두를 못 내는 상황이라 육지에 사는 자식들이 속옷 양말 등을 보내주고 있다”고 했다.
소안면은 체육공원 내 헬스장을 비롯해 댄스교실 등 주민 대상 프로그램도 14일부터 중단했다. 소안면 관계자는 “급수 상황이 심각해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올 들어 10월까지 완도군에는 706mm의 비가 내렸다. 평년 강수량(1427mm)의 절반 수준이다. 완도군 노화읍 넙도의 경우 수원지 저수율(현재 6%)이 비상 수준이라 이미 5월부터 1일 급수, 6일 단수를 하고 있다. 인구 3650명의 금일도도 이달 7일부터 2일 급수, 4일 단수에 들어갔다. 완도군 관계자는 “제한 급수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만큼 정부가 나서 광역 상수도를 공급하는 게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 광주도 30년 만에 제한 급수 가능성
광주도 30년 만에 처음으로 제한 급수가 예상되는 등 겨울 가뭄이 심각한 상황이다. 광주시의 주요 상수원인 동복댐 저수율은 14일 현재 32.3%. 주암댐은 31.9%다. 각각 평년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현 상태에서 비가 더 내리지 않을 경우 동복댐은 앞으로 135일(하루 취수량 기준)만 물 공급이 가능하고, 주암댐 역시 170일 동안만 물을 공급할 수 있다. 대지가 워낙 말라 비가 일부 온다 해도 자연 증발량, 저수지 바닥 침투 수량 등을 감안하면 내년 3월 동복댐이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광주시는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내년 초 30년 만에 제한 급수 실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시는 각 가정이 자발적으로 계량기 수압을 떨어뜨리는 ‘물 절약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수압을 20∼40%가량 낮춰 자연스레 물을 절약해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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