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째 수해백서 쓰는 서울시… ‘용두사미 대책’ 되풀이 안돼야 [기자의 눈/조응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6일 03시 00분


조응형·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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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수해백서’를 이미 7차례 썼다. 수해백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수해 방재 수준을 점검하고 중장기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통상 대규모 수해 발생 후에 작성된다. 서울시의 경우 1984년 북한도 구호 물품을 보냈던 망원동 물난리를 시작으로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 2011년 중부권 폭우 사태 이후 등에 백서를 만들었다.

서울시는 올 8월 기록적 폭우로 인한 침수 사태를 계기로 내년까지 8번째 백서를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방재 전문가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그간 서울시가 내놓은 수해 대책이 용두사미에 그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2016년 풍수해저감종합계획을 만들면서 2021년까지 대심도 빗물 터널 등에 1조1117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론 절반도 안 되는 5070억 원만 썼다.

방재 사업이 지지부진한 이유로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 반발’을 꼽았다. 하수관로 확장 공사만 하려고 해도 주민들이 교통 불편과 소음을 이유로 반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만난 수해 지역 주민들은 오히려 “공무원들이 할 일을 안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올여름 수해를 입은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주민은 “4, 5년간 구청이 빗물받이를 청소하는 걸 한 번도 본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수해가 나자 뒤늦게 청소를 했다”고 말했다. 평소 빗물받이에 쌓인 낙엽도 안 치우는 지자체가 수방사업을 한다며 도로를 막고 아스팔트를 부수는 모양새가 주민들에게 좋게 보일 리 없다.

해외 주요국에서도 ‘침수 지역이라는 낙인이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민 반대가 수방 대책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일부 국가는 주민 참여를 적극 보장하면서 이 문제를 풀고 있다. 영국의 경우 지자체마다 ‘지역 침수 위원회’를 두고 대책에 주민 의사를 반영하도록 한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미리 막을 수 있었던 재난에 대비하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비극이었다. 서울시에는 수해가 발생할 때마다 써둔 ‘오답노트’만 7권이나 쌓여 있다. 이번 8번째 수해백서는 부디 ‘정답과 실행’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서울시#수해백서#폭우#용두사미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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