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16일 서주석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당시 청와대 안보라인 핵심 관계자가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이날 오전 서 전 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직후 청와대 안보실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묻고 있다. 서 전 차장은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이 씨를 자진 월북자로 판단하고 이러한 정부 방침과 배치되는 첩보 등을 삭제토록 지시하는 등 전 정부의 ‘월북몰이’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6월 이 씨 유족 측의 고발을 접수한 이후 5개월 가까이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찰은 이 씨가 피살된 다음날인 2020년 9월 23일 새벽 청와대 관계장관회의에서 서 전 실장과 서 전 차장이 ‘자진 월북’ 방침을 정하고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첩보 삭제 등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서 전 장관을 구속하기 위해 법원에 청구한 영장에도 서 전 실장과 서 전 차장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서 전 차장은 9월 말 이미 감사원의 출석 요구를 받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8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감사원도 이 사건에 대한 관계기관 감사를 마치고 지난달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며 서 전 차장을 핵심 관계자로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 안보실은 이 씨가 숨진 다음날 오전 1시에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국방부와 국정원 등 회의 참석 기관에 ‘보안을 유지하라’는 지침을 하달하고, 같은 날 대통령에게 보고할 ‘국가안보일일상황보고서’에 이 씨가 피살된 사실 등을 제외했다.
국방부는 관계장관회의 이후 서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밈스․MIMS)에서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을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밈스 운용 실무자가 퇴근했는데도 새벽에 사무실로 불러낼 정도로 삭제 작업은 급박하게 이뤄졌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주춤했던 검찰 수사가 서 전 차장에 대한 소환 조사를 계기로 다시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검찰은 서 전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의 구속 만기를 앞두고 이들을 먼저 기소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 측이 신청한 구속적부심을 법원이 잇따라 인용해 석방되며 검찰 수사도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검찰은 이날 서 전 차장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난 뒤 조만간 서 전 실장과 박 전 원장 등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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