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은 났지만, 어떻게 모른 척”… 불타는 차 운전자 구한 용감한 시민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6일 16시 19분


“차량에 불길이 치솟을 때 솔직히 겁이 났습니다. 그런데 차량에 사람이 있는 줄 아는데 어떻게 모른 척합니까?”

16일 광주 동부경찰서에서 감사장을 받은 시민 한태양 씨(23)와 신유익 씨(26·여)는 전날 긴박했던 구조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은 광주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영화를 본 뒤 전남 화순으로 귀가하는 길에 차량에 불길이 치솟은 사고 현쟝을 목격했다.

사고는 15일 오전 1시 반경 광주 동구 소태동 소태 고가다리 인근 중앙화단에 박모 씨(62)가 몰던 승용차가 충돌하면서 일어났다. 갑자기 뇌졸중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진 박 씨는 화순에서 광주로 귀가하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차량이 화단을 충돌했지만 의식을 잃은 박 씨가 액셀레이터를 계속 밟아 굉음과 함께 과열로 인한 불길이 번졌다.

한 씨는 “차량이 화단을 충돌한 데다 과속 굉음이 들려 처음에는 음주운전일 줄 알았다”며 “불길이 순식간에 차량으로 활활 번져 당황했지만 사람을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 씨는 “이런 위급상황이 또 보더라도 구조에 나서겠다. 박 씨가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때 야구선수로 뛰었던 한 씨는 20살 때부터 사회인 야구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다. 한 씨는 화재 차량 유리창을 깰 도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자신의 승용차에 있던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를 시민 A 씨에게 가져다 줬다.

A 씨는 위험을 무릅쓰고 불이 난 차량에 접근해 수차례 문을 열어보려했지만 안에서 굳게 잠긴 문을 꼼짝하지 않았다. A 씨는 큰 돌덩이를 가져와 차량 뒷좌석 창문을 깨트렸지만 박 씨에게 접근하기엔 무리였다. A 씨는 때마침 한 씨가 건네 야구방망이로 차량 유리창을 때렸지만 쉽게 깨지지 않았다.

한 씨 등 시민들은 차량 불길이 무섭게 번져 뜨거운 화마(火魔) 열기가 느껴질 정도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구조를 포기하지 않았다. 야구방망이로 유리를 내리치는 과정에서 큰 소리가 나자 박 씨가 의식을 겨우 회복해 차량 밖으로 나왔다. 시민 B 씨는 박 씨가 문을 열고 나오자 부축하며 대피를 도왔다.

박 씨가 화재 차량에서 탈출한 순간 도착한 소방과 경찰은 화재진화와 사고처리를 끝내 긴박했던 구조상황이 10분 만에 정리됐다. 경찰관들이 도착할 당시 A 씨는 구조작업으로 기진맥진해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구조작업을 벌인 A 씨와 B 씨를 추가로 찾아 감사장을 전달할 방침이다. 김범상 광주 동부경찰서장은 “위급한 현장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고 구조에 나선 용감한 시민들 덕분에 박 씨가 생명을 건져 제 2의 인생을 살수 있게 됐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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