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기업’ 무늬만 친환경… 탄소배출 30위내 기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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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1월 17일 03시 00분


정부 지정 녹색기업 89곳 분석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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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친환경 기업으로 인증하고 각종 규제를 면제하는 ‘녹색기업’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과 거리가 멀어진 녹색기업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동아일보가 정부 지정 녹색기업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공개된 89곳을 분석한 결과 이 기업들의 전체 배출량은 3425만 t(2020년 기준)에 달했다. 사업장 1곳당 평균 40만 t에 이른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이 많아 배출권 거래제 대상이 되는 기업 기준인 연 12만5000t의 3배가 넘는다. 30년 된 소나무 약 650만 그루가 있어야 상쇄되는 온실가스 양이다.

녹색기업으로 지정된 A업체의 경우 연 배출량이 400만 t을 넘어 지난해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30개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B업체는 녹색기업이던 2018년에서 2020년 사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6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녹색기업 63곳 중 27곳(42.9%)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었다.


환경을 해치는 녹색기업도 적지 않았다. 환경부 조사 결과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오염물질 배출 등 환경법규를 위반한 녹색기업은 108곳이나 됐다. 2019년 여수산업단지 대기오염물질 측정기록 조작사건이 터졌을 당시 적발 사업장 11곳 중 7곳이 녹색기업이었을 정도다. 녹색기업 제도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지정 건수도 줄었다. 2012년 207곳에 이르던 녹색기업 수는 지원 기업 감소로 올해 105곳(8월 기준)으로 반 토막이 났다.

전문가들은 무늬만 ‘친환경’ 녹색기업이 많아진 원인으로 온실가스 배출 점수 등 평가 시스템의 부실을 꼽고 있다. 1987년 도입된 녹색기업 제도는 오염물질을 줄인 기업에 정부 점검과 규제 면제 등의 혜택을 줘서 산업계가 스스로 오염원을 저감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기업이 오염물질을 저감한 실적을 정부에 제출하면 심사 후 녹색기업으로 지정된다.

제도 초기에는 매연, 폐수, 폐기물 등 주로 오염물질만 평가 대상이었다. 이후 소음, 에너지 절감 등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지구 온난화 우려가 커지면서 2011년부터 온실가스도 평가 대상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부 항목은 기준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녹색기업 평가점수에서 온실가스 항목이 차지하는 배점은 전체 700점 중 80점(11%)에 불과하다. 각 기업의 온실가스 점수를 매기는 방법도 절대적 기준 없이 각 기업의 규모와 생산량에 따라 상대적으로 매겨진다. 이 때문에 규모가 큰 기업은 배출량이 많더라도 낮은 점수를 받지 않아 녹색기업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관계자는 “녹색기업이 애초 오염물질 저감에 더 무게를 둔 제도였기 때문에 온실가스 저감에 신경을 크게 쓰지 않았다. 오염물질 관리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한계를 인정했다. 환경부는 녹색기업 제도 전반을 손보기 위한 용역 연구를 최근 시작했다. 한대호 한국환경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규정을 잘 준수한 녹색기업에 대한 혜택도 늘려 제도 자체의 신뢰를 다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녹색기업#무늬만 친환경#탄소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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