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만 수험생들, 결연한 표정 입장…“실력대로만 보길”

  • 뉴시스
  • 입력 2022년 11월 17일 0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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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17일, 아직 해가 뜨기 전부터 어둑한 하늘 아래 고사장으로 들어서는 수험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수능 한파는 없지만 0도까지 떨어지는 쌀쌀한 아침 날씨 속에 두운 패딩과 털점퍼를 입은 수험생들은 결연한 표정으로 입실했다. 올해 첫 수능을 보는 고등학교 3학년생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생활 내내 마스크를 쓴 세대이기도 하다.

서울교육청 15지구 1시험장인 경복고에서는 이날 오전 6시26분께 첫 수험생 입실이 이뤄졌다.

건장한 체격에 검정 점퍼를 걸친 이모(18)군은 숭실대 스포츠학과가 목표라며 “긴장이 돼 일찍 왔다”며 “1년간 열심 준비했는데 열심히 봐서 꼭 목표했던 대학에 들어가도록 잘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13지구 14시험장인 여의도여고도 오전 6시24분께 처음으로 수험생이 정문을 들어섰다.

어머니와 함께 온 여성 응시생은 “떨린다. 노력한만큼 잘 나왔음 좋겠다”면서 “엄마가 나보다 더 떨고 있다”면서 농담을 건넸다. 그러자 어머니도 “그래도 1년 노력했는데 웃으면서 봤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18지구 7시험장 개포고에도 오전 6시27분께부터 수험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고 3학년 이모(18)군은 일찍 온 이유를 묻자 “서초동에 살아서 차가 막힐까봐”라며 “일찍 오면 암기과목도 외우니까”라고 답했다. 수능 과목 중에는 ‘영어’가 가장 자신있다며 “전 과목을 준비한 만큼 열심히 보고 싶다”고 말했다.

삼수생 박모(21)씨는 “실력대로만 봤으면 좋겠다”고 짤막히 답한 뒤 긴장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15지구 14시험장인 덕성여고도 오전 6시32분께부터 수험생들이 속속 입실했다. 차에서 내린 수험생들은 정문에 들어가기 전 운전을 한 부모님과 말없이 포옹하는 모습이었다.

까만 털 점퍼에 목도리까지 두른 권모(18)양은 “더우면 벗으면 된다. 추운 것보다 두꺼운 게 낫다”며 “그냥 준비한 만큼 잘 봐야겠다는 각오”라고 웃어 보였다.

오전 7시를 넘겨 점차 날이 밝아지면서 고사장에 들어서는 수험생들의 행렬이 점차 커졌고, 정문 앞에서 손을 흔들거나 안아주는 식으로 배웅하는 학부모들도 늘어났다.

한 어머니는 차 안에서 수험생인 딸과 포옹을 하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딸은 “잘 보고 올게, 울지마”라고 달랜 뒤 차에서 내렸다. 다른 학부모는 차에서 내린 수험생과 차창 사이로 말없이 손깍지를 껴 응원하는 모습도 보였다.

추리닝을 입은 수험생 아들을 “편안하게 보라”고 격려한 한 부모님은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듯 정문 앞을 5분가량 서성였다. 자녀들에게 연신 “긴장하지 말고 마음 편히 봐”, “최선만 다하면 돼”라고 응원을 보내는 학부모들이 많았다.

경복고 앞에서 만난 김모(18)군은 “수능이 끝나면 마음 놓고 월드컵을 보고 싶다”며 옆에 온 어머니에게 “18~19년 케어해주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다. 오늘 잘 봐서 효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모군의 어머니는 “한번도 지각 안했고 성실하고 착하고 시험 볼 때마다 항상 결과를 바로바로 얘기해주는, 자랑이긴 하지만 이제껏 키우면서 많이 모범적인 아이였다”며 “그래서 잘할 거라 믿는다”고 활짝 웃었다.

덕성여고 고사장에는 친구와 함께 긴장을 풀려는 듯 잡담을 나누며 입실하는 수험생도 보였다. 이모(18)양은 “행복하다”면서 시험이 끝나면 콘서트를 보러가겠다고 했다. 나란히 걷던 신모(18)양은 “포기하지 말자”고 각오를 다졌다.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끊겼던 시험장 앞 응원전이 3년 만에 조심스럽게 개시된 모습도 보였다.

수능 날 연례행사였던 후배들의 떠들썩한 응원전은 코로나가 확산된 지난 2020년부터 자제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수능도 당일 수험생 응원전 금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각 학교에 보냈다.

하지만 이날 개포고 고사장 정문 앞에는 학생 4명이 서성이며 선배들의 입실을 기다렸다. 스스로를 서울 관내 고교 1·2학년이라고 소개하며 선배들에게 핫팩을 나눠줄 거라고 했다.

윤모양은 “소리를 내면 안 돼서 가만히 동아리 선배들 응원만 드리러 왔다”며 “코로나 전에는 응원이 학교에서 쭉 해온 전통이었다. 우리도 학부모들처럼 조용히 응원하다 가면 괜찮지 않을까 해서 왔다. 경찰에게 허락도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다렸던 선배가 오자 “수능 잘 다녀오세요. 떨지 말고 화이팅”이라며 핫팩을 건넸다. 응원을 받은 동아리 선배 홍모(18)군은 “이른 아침부터 나와 있었을텐데 고맙다”고 웃었다.

그러자 또 다른 수험생도 다가와 “나도 같은 학교다. 기 좀 받으러 왔다”고 웃으며 응원하 온 후배들과 악수를 했다.

여의도여고 고사장에도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컴퓨터 싸인펜과 알사탕, 초콜릿 등 주전부리를 일일 포장한 선물봉지를 수험생들에게 전달하며 응원을 나왔고, 경복고 앞에는 한 교회에서 수험생들에게 따뜻한 차와 초코파이, 핫팩을 건넸다. 봉사를 나온 교회 신도는 “학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을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올해 수능은 전국 84개 시험지구 1375개 시험장과 25개 병원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응시한 수험생은 지난해보다 1791명 감소한 50만8030명이다.

수험생들은 오전 6시30분부터 출입할 수 있으며 늦어도 오전 8시10분까지 입실해야 한다. 코로나19 증상 확인이 이뤄지므로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다. 시험은 8시40분 국어영역부터 시작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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