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자 31%는 N수생…대입전략 ‘판’ 흔든다

  • 뉴시스
  • 입력 2022년 11월 17일 08시 29분


17일 실시되는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26년만에 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 비율이 가장 낮은 시험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수능에 응시 원서를 접수한 수험생은 50만8030명으로 지난해보다 1791명 감소했다.

고교 재학생은 35만239명으로 전체 68.9%다. 1996년 치러진 1997학년도 수능(66.1%) 이후 최저치다.

이어 재수생·반수생 등 졸업생 14만2303명(28.0%), 검정고시 합격자 등이 1만5488명(3.1%)으로 집계됐다. 이들을 합하면 31.1%를 차지한다.

이처럼 수능에 재도전하는 수험생이 크게 늘어난 원인으로는 지난해 도입된 문·이과 통합형 체제가 꼽힌다.

국어와 수학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계열 분리 없이 같은 공통과목 문제를 푼 뒤 선택과목 하나를 택한다.

서울 주요 대학 이공계열 학과에서는 수학 영역에서 ‘미적분’이나 ‘기하’를, 탐구 영역에서 과학탐구 과목을 택할 것을 지원 자격 조건으로 걸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날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에 따르면 2023학년도 정시에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경희대, 건국대, 동국대, 단국대, 중앙대, 한양대 등 자연계열이 수능 수학 미적분 또는 기하, 과학탐구 선택을 지원 조건으로 걸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선택형 수능에서는 미적분 또는 기하 표준점수가 높게 산출되는데다 (대학들이) 가산점까지 부여한다”며 “(인문계열 학생의) 자연계열로의 교차 지원과 ‘확률과 통계’ 응시자의 합격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이공계열을 ‘지망’하는 수험생들은 해당 과목을 택하는 경우가 많고, 이들이 높은 성적을 독식하게 된다는 유·불리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수학 영역에 응시할 예정인 수험생 총 48만1110명 가운데 21만199명(43.7%)이 ‘미적분’, 3만242명(6.3%)가 ‘기하’를 택했다. ‘확률과 통계’는 24만669명(50%)였다.

지난해 시험보다 ‘미적분’은 5.5%포인트 상승한 반면 ‘확률과 통계’는 3.2%포인트 감소한 상황이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선택과목별 만점자 표준점수 등을 공개하지 않는다.

종로학원은 지난해 수능 수학의 최고 표준점수(만점자)가 ‘미적분’ 147점, ‘확률과 통계’가 144점으로 3점 벌어졌다고 추정한다. 시험을 다 맞춰도 미적분을 택한 경우 성적표상 점수가 더 높았다는 것이다.

평가원은 공식적인 점수가 공개되면 응시자 쏠림 현상이 더 가속화 될 것이라며 올해 3월 수능 시행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도 비공개 방침을 고수한다고 밝혔다.

당시 문영주 평가원 수능본부장은 “통합형 수능의 취지에 맞춰 문항이 출제되고 있다”면서 “선택과목이 너무 쉽거나 어려워서 유·불리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출제에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반면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비(非)재학생 비율이 집계된 지난 9월 “정시 확대, 통합형 수능으로 문과에서는 피해의식에 따른 재도전이, 이과에서는 유리하다는 기대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당시 ‘조국 사태’로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 논란으로 말미암은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라 정시가 확대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졸업생이 늘어난 것은 수험생의 대입 전략은 물론 학생 수 감소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지방대학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그 영향이 작지만은 않다.

이 소장은 “졸업생 증가 폭이 예년에 비해 크게 나타나면서 자연계열 상위권 비중이 큰 졸업생의 영향력이 커졌다”며 “의·약학계열 및 상위권 주요대 자연계열 학과의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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