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명단’ 무단 공개해놓고, 삭제하려면 회원가입하라?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11월 17일 12시 14분



인터넷 매체 민들레가 이태원 참사 사망자 명단을 유족 동의 없이 ‘선 공개’하고 요청자에 한해 ‘후 익명 처리’하는 방식을 취하는 바람에 원치 않는 유족은 본인 인증을 하느라 이 매체 회원가입까지 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민들레는 16일 홈페이지에 ‘[알림]유족 사칭 발생에 따른 처리 기준’이라는 공지를 띄워 “희생자 이름 삭제 신청 때 신청자 실명 확인한다. 유족 사칭 확인되면 신고 요망, 법적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알림 하단에는 메일을 보낼 수 있는 버튼이 있지만, 이를 클릭 하면 “악의적인 메일 발송을 방지하기 위해 회원제로 운영된다. 로그인 후 이용해달라”는 안내가 뜨고, 이를 닫으면 ‘회원로그인 및 회원가입’ 창으로 전환된다.

하단에 적혀 있는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 보면 “가입자의 전화가 꺼져 있거나 네트워크 접속이 끊어져 연결할 수 없다”는 안내가 나온다.

민들레는 “최근 유족을 사칭해 명단과 이름 삭제를 요청하는 사례가 발생했다”며 “이름 삭제를 요청하시는 분의 실명 확인이 되는 경우 이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절차를 까다롭게 한 이유를 적었다.

하지만 이는 애초 유족 동의 없이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직면한 문제다. 공개를 원치 않는 유족 입장에서는 비극에 빠진 와중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문제까지 해결 하느라 회원가입을 하고 본인 인증을 하는 등의 애를 써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실제로 유족 중 한명은 이날 명단 삭제 요청부터 쉽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고인의 친척인 A 씨는 “홈페이지에 (삭제) 안내나 이런 게 전혀 안돼 있었기 때문에 이메일(버튼)을 열었더니 회원가입해서 로그인해서 이용을 해달라(한다)”며 “인터넷에 이름이 떠도는 거 자체를 (고인의) 엄마, 아빠가 전혀 원하지 않고, 조용히 마무리 짓고 싶은데 철저하게 짓이겨졌다”고 한 매체에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를 ‘2차 가해’로 규정하며, 지금이라도 당장 명단을 내리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날 KBS라디오에서 “그럼 자식 잃고 지금 슬픔에 빠져 있는 유족들이 내 자식 이름 있는지 확인하고, 그다음에 본인이 유족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증빙하고 그렇게 하라는 소리인가?”라며 “그 후속 조치는 정말 2차, 3차 가해라고 생각한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사망한 SPC계열사 청년 노동자의 실명이나 영정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전 국민들이 함께 슬퍼했다”며 “꼭 명단이 공개돼야 우리가 깊은 애도를 할 수 있는 것이냐?”고 물었다.

민들레는 이날 공지문에서도 ‘이름을 공개한 것은 진정한 애도와 추모를 위해서”라고 거듭 주장하며 익명 처리 사망자 유족에 대한 사과 문구는 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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