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시행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필적확인 문구는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였다.
이는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만해 한용운 선생의 시 ‘나의 꿈’ 중 ‘당신이 여름날에 더위를 못 이기어 낮잠을 자거든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 당신의 주위에 떠돌겠습니다’ 부분을 활용한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04년 치러진 2005학년도 수능에서 대규모 부정행위가 적발된 후 대리 시험과 본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필적확인을 도입했다. 수험생들은 매 교시 답안지에 특정 문구를 자필로 적어야 한다.
수능 출제위원이 선정하는 필적확인 문구는 필체를 드러낼 수 있도록 겹받침과 ㄹ,ㅁ,ㅂ 등 자음이 두 번 이상 들어가야 한다. 12~19자로 구성되며 그동안 수험생에게 감동과 격려, 위로를 줄 수 있는 표현들이 사용됐다.
첫 필적확인 문구는 2005년 6월 모의평가 때 등장했으며 윤동주 시인의 ‘서시’에서 따온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이다. 가장 많이 인용된 시는 정지용 시인의 ‘향수’로 2006학년도 수능에서 인용된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 빛’ 구절을 포함 총 3차례 등장했다.
매년 수능이 끝난 뒤에는 필적확인 문구를 보고 감동 받았다는 수험생들의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전문을 보고 싶어 처음으로 시집을 샀다는 수험생도 있다.
지난해 한 누리꾼은 트위터를 통해 ‘수능 필적확인란 문구는 해에 걸쳐서 출제자들이 수험생에게 전하는 한 편의 시와 다름없다’며 2006학년도부터 2022학년도까지의 필적확인 문구를 하나로 모아 시처럼 만들어 공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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