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 특혜를 몰아주고, 428억 원의 뇌물을 약속 받은 혐의 등으로 19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김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8일 오후 2시부터 오후 10시 10분까지 8시간 10분 동안 구속영장실질짐사를 진행한 끝에 19일 오전 2시 50분경 “증거인멸 우려 및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정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8일 구속 기소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수감 중)에 이어 정 실장까지 이 대표의 최측근들이 연달아 구속되면서 검찰의 이 대표를 향한 수사도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검찰은 정 실장이 2015년 2월경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함께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 대가로 민간사업자들로부터 배당이익 428억 원을 받기로 약속하고(부정처사 후 수뢰), 2013년 2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유 전 직무대리로부터 각종 사업 편의 제공 대가로 1억4000만 원을 수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하는 등 혐의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 실장은 위례신도시 개발사업과 관련된 내부 정보를 남욱 변호사 등 민간사업자들에게 제공한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와 유 전 직무대리의 주거지 압수수색 당시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지시한 증거인멸 교사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검찰은 9일 정 실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영장에 이 대표와 정 실장의 관계를 ‘정치적 공동체’로 적시했다. 이 압수수색 영장에는 ‘이재명’이라는 단어가 총 102회 등장한다.
● 檢 “정진상, 주거지 불명-증거인멸 전력”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 특혜를 몰아주고, 428억 원의 뇌물을 약속받았다.”(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
“유 전 직무대리 등의 진술에 의존한 완벽한 소설일 뿐이다.”(정 실장 측 변호인)
이날 정 실장에 대한 영장심사에서 검찰과 정 실장 측은 8시간 10분 동안 팽팽한 공방을 펼쳤다. 정 실장은 지난달 22일 구속된 김 부원장과 함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달 22일 김 부원장 영장을 발부한 판사다.
앞서 법원은 검찰이 4일 청구한 정 실장에 대한 체포영장은 기각한 바 있다. 이후 보강 수사를 거친 검찰이 정 실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이 검찰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 대표에 대한 향한 수사가 금명간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영장심사에서 정 실장이 올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거주지인 경기 성남시 대장동 아파트를 드나든 적이 거의 없다는 점을 거론하며 “주거지가 불명확해 도주 우려가 크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아파트의 폐쇄회로(CC)TV 영상 및 차량 출입 기록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 실장이 지난해 9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자 유 전 직무대리에게 휴대전화를 폐기하라고 지시한 정황을 상세히 설명하며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검찰은 또 정 실장이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유 전 직무대리로부터 수시로 보고를 받고, 주요 인허가 문건을 결재하며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주고 수익금을 뇌물로 돌려받는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 정 실장 변호인단, “바뀐 유동규 진술 신빙성 없어”
정 실장의 변호인단과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날 서울고등검찰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 전 직무대리의 변경된 진술은 신빙성이 없으므로 피고인의 방어권 보호가 절실한 사건이다. 따라서 불구속 상태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영장을 기각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구속 만기를 앞두고 돌연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을 언급한 유 전 직무대리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정 실장을 언급한 다른 관계자들의 진술 역시 ‘유 전 직무대리에게 전해들었다’는 취지의 진술이라 독립적인 증거능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 변호인 측의 입장이다.
또 정 실장 측 변호인은 “15일 정 실장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며 유 전 직무대리와 대질수사를 요청했고, 변호인은 85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며 “그럼에도 검찰은 다음날 곧장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미 방향을 정하고 통과의례로 피의자신문조서를 받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 실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이 대표의 이름이 수 차례 언급되는 것과 관련해 정 실장 측은 “정 실장이 유 전 직무대리나 대장동 사업 관계자들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 대표와도 관계성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정 실장이 지난해 유 전 직무대리의 휴대전화를 버리게 한 증거인멸교사 혐의 등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구속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정진상 “삼인성호” vs 유동규 “부끄러움 알라”
정 실장은 이날 오후 1시 반경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검찰 정권의 수사는 증자살인, 삼인성호”라며 “군사정권보다 더한 검찰정권의 수사는 살아있는 권력에도 향해야 할 것”이라고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소한의 균형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검찰이 유 전 직무대리 등의 일방적 진술에 근거해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도 검찰을 비판했다. 박 최고위원은 “정 실장이 조사 당시 실제 근무한 회사의 4대 보험 서류를 비롯한 객관적 증빙자료를 제시했는데도 검찰은 정 실장이 ‘이재명 변호사 사무장 출신’이라는 명백한 허위사실을 버젓이 영장에 적시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날 대장동 사건 공판 참석을 위해 같은 법원을 찾은 유 전 직무대리는 정 실장을 향해 “부끄러움을 좀 알았으면 좋겠다”고 받아쳤다. 또 “오래된 칠판에 쓰여 있는 글씨는 잘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데, 그걸 쉽게 지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정 실장 측 변호인은 이날 “영장심사 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제안했고 기자단도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검찰은 “사건관계인이 고검이 관리하는 청사 내 기자실에서 브리핑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기자실이 있는 서울고검 청사 현관문을 폐쇄했다. 이에 기자단은 공식 항의하며 “검찰이 건물 관리 주체라 하더라도 회견을 막으려는 의도로 민원인이 드나드는 출입구를 봉쇄하는 처사는 부적절하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 남욱-김만배 다음 주 석방, 폭로 이어질지 주목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는 이날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 변호사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남 변호사와 김 씨는 각각 21일 0시, 24일 0시 이후 석방될 예정이다. 남 변호사와 김 씨가 유 전 직무대리처럼 석방 후 이재명 대표와 최측근들의 의혹을 폭로하고 나설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한편 민주당 이 대표는 이날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알릴레오TV’에 출연해 “요새 상황이 워낙 안 좋아서 우울증에 걸렸다고 그럴까. 그런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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