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인할 것 같다”며 112신고…한달 뒤 결국 참극

  • 뉴스1
  • 입력 2022년 11월 19일 08시 53분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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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당시 40대였던 A씨는 중학교 선배인 B씨(여·50)에게 악감정을 품었다. B씨가 전화를 차단하고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무엇보다 A씨는 B씨가 중학교 동문들에게 자신을 험담하고 다닌다고 생각했다.

A씨는 B씨와 크게 다투다가 주체하지 못하는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까딱하면 내가 B씨를 살인할 수 있을 것 같다. 빨리 와달라”며 112에 신고했다. 당시 다툼도 B씨가 자신을 험담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두 사람의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결국 한 달 뒤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술을 마시던 중 B씨가 있는 식당을 찾아갔다. 그는 차안에 숨겼던 흉기를 든 채 이동했다. 피해자인 B씨는 지인 4명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격분한 A씨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B씨 일행이 놀라 일어나자 A씨는 먼저 B씨를 공격했다. 이어 B씨의 지인들에게 차례로 흉기를 휘둘렀다. 결국 지인 4명 중 1명은 숨졌고 나머지 3명과 B씨도 크게 다쳤다. 살아남은 이들은 ‘후유 장애’가 우려될 정도였다.

A씨는 범행 후 지인을 통해 수사기관에 자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긴급 체포됐다. A씨는 음주운전과 마약 투약, 재물 손괴 혐의도 받고 있었고 결국 재판은 사건들이 병합된 채 진행됐다.

쟁점은 살인의 고의성이 있느냐다. A씨는 애초 B씨에게 겁을 줄 목적으로 흉기를 들고 식당을 찾았다고 주장했다. 또 B씨 일행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을 공격한다고 생각해 흉기를 휘둘렀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피해자들을 숨지게 하려는 범의는 없었다는 게 A씨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살인의 범의는 살해 목적이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인의 범행으로 타인이 숨질 수 있는 가능성 또는 위험을 인식하거나 예견해도 살인의 범의는 인정된다.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범행의 동기, 흉기 유무·종류·용법, 공격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 발생 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들이 공격당한 부위 등을 고려하면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도 A씨가 흉기를 휘두른 것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공격 부위와 반복성’을 보면 살인 범의가 충분히 있다고 봤다.

범행 직전 ‘겁을 주기 위한’ 언동도 없었고 식당에 들어서자마 위해를 가한 점도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게 했다. A씨는 징역 30년의 중형이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수법은 치명적인 신체부위들을 주로 겨냥해 이뤄졌다”며 “별다른 이유 없이 무작위 살인 및 살인미수 범행으로 인명을 경시하는 반사회적 태도가 드러난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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