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퇴직 후 단기계약직 등 거쳐
비자발 퇴직 분류돼 실업급여 수령
2년새 56% 늘어 작년 2963억 지급
2년 7개월 동안 화장품 판매 업체에서 일했던 30대 A 씨는 스스로 일을 그만둔 뒤 다른 회사에서 90일 미만 단기계약직으로 일했다. 단기계약이 끝난 뒤인 9월부터는 실업급여를 받고 있다. A 씨는 원래대로라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다니던 직장을 자발적으로 그만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계약을 거치면서 ‘비자발적 퇴직자’로 분류돼 실업급여 수령이 가능해졌다.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A 씨처럼 자발적 퇴직 후 우회적으로 실업급여를 받은 ‘우회 수급자’가 올해 1∼9월 4만5087명이었다. 자발적 퇴직 후 새로 취업한 사업장에서 90일 미만으로 일하고 비자발적으로 그만둔 사람을 집계한 숫자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실직 전 18개월 중 180일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비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둬야 한다. 다만 이 두 가지 조건을 한 곳에서 충족할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고용보험 조건을 충족한 직장에서 스스로 그만둔 뒤 짧게 근무한 곳에서 해고, 권고사직, 계약만료 등 비자발적 퇴직 조건을 충족하는 식으로 실업급여를 받는 게 가능하다. 이 같은 실업급여 우회 수급자는 매년 늘고 있다. 2019년 3만302명에서 2021년 4만7152명으로 2년 만에 55.6% 늘었다. 이들이 받아간 실업급여 금액도 이 기간 1567억 원에서 2963억 원으로 불어났다.
실업급여 우회 수급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실업급여를 받을 목적으로 일을 그만둔 뒤 일부러 단기계약직으로 일하는 등 악용 소지가 적지 않다. 고용부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우회 수급자의 경우 실업급여 신청 후 실제 지급까지 걸리는 기간을 1주에서 4주로 늘리는 법 개정안을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논의가 지지부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