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쌍방울그룹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과 긴밀한 관계인 KH그룹 배상윤 회장이 2019년 5월 김 전 회장과 중국을 방문해 북한 측과 경제협력 합의서를 작성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쌍방울의 대북 송금 의혹에 KH도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 2019년 5월 김성태 전 회장과 동행
2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최근 2019년 1∼5월 중국에서 북한 측 인사들을 접촉하고 온 경기도,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쌍방울 등 관계자들을 잇달아 불러 조사하면서 이 같은 진술과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 회장은 2019년 5월 중국 단둥으로 쌍방울 김 전 회장,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수감 중), 안부수 아태협 회장(수감 중) 등과 함께 출장을 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단둥에서 한국 기업의 대북 투자 및 교역 실무를 담당하는 대남 경제기구인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의 박명철 부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인사들을 만났다고 한다.
이날 쌍방울은 민경련과 북한 지하자원 개발 등 6가지 분야의 우선적 대북사업권을 확보하는 내용의 경협합의서를 작성했다. 이 전 부지사와 안 회장도 합의서 체결 과정에 관여했으며, 쌍방울은 추후 대가를 지급하기로 북한 측과 합의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날 민경련은 쌍방울과의 합의서 체결 직후 곧바로 배 회장과도 경협합의서를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 회장은 그룹 계열사인 장원테크를 민경련과의 경협 파트너로 지정했다고 한다. 쌍방울 측은 당시 한국에서 전문 사진사 등을 대동해 출국했고, 합의서 체결 과정을 기록으로 남겼는데 배 회장과 북한 측의 합의서 체결 장면 등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경협합의서 작성 과정에서 KH 자금이 북한으로 흘러들어간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대북 사업 경험이 많은 한 관계자는 “북한 측과 합의서를 작성할 때 이른바 ‘계약금’ 등 대가 없이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경협합의서 체결 및 대북 송금 의혹에 대해 KH그룹 관계자는 “모르는 일”이란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배 회장이 2019년 1월 김 전 회장 등과 함께 중국 선양을 방문해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 관계자들에게 스위스 명품 브랜드인 롤렉스 시계 10여 개를 건넸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북측 인사를 만나거나 북측에 물품을 반출한 경우, 또 1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건넨 경우 남북교류협력법 및 외환거래법 위반에 해당된다.
○ 쌍방울 대북 송금에 KH 관여 가능성 수사
KH는 쌍방울과 2018년경부터 대북 사업 이권을 두고 아태협을 매개로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여왔다고 한다. KH그룹은 2018∼2020년 여러 계열사를 동원해 아태협에 3억3400만 원을 후원했다. 같은 시기 쌍방울은 13억6400만 원을 후원했다. 아태협은 기업 후원금 중 90%가량을 쌍방울과 KH로부터 받았다.
검찰은 쌍방울이 연루된 2018∼2019년 수백만 달러 대북 송금 의혹에 KH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쌍방울은 2018∼2019년 총 640만 달러(약 86억 원)를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보냈다는 혐의(외환거래법 및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 또 안 회장은 2018년 12월∼2019년 1월 북한의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 등에게 50만 달러를 건넸다는 등의 혐의로 11일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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