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의신청 최다’ 영어 23번·듣기평가, 받아들여질까

  • 뉴스1
  • 입력 2022년 11월 23일 09시 49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17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17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스타강사’ A씨가 배포한 모의고사 문제와 같은 지문을 사용해 논란이 된 2023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23번 문항에 이의신청이 집중되면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판단에 이목이 쏠린다.

평가원이 수능 직후부터 지난 21일 오후 6시까지 2023학년도 수능 문제와 정답에 대해 이의신청을 받은 결과 총 663건(67문항)의 이의신청이 접수됐다. 특히 영어 듣기 평가 음질 등과 관련된 이의신청이 215건, 영어 23번 문항에 대한 이의신청이 127건 접수됐다.

영어 23번 문항은 지난 2020년 캐스 선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출간한 ‘Too Much Information’에서 발췌한 지문이 나왔는데, A씨가 수능 직전에 제공한 사설 모의고사에 나온 지문과 한 문장을 제외하고 동일해 논란이 되고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문제·선지의 오류가 아닌, 지문이 동일하다는 이유로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오종운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23일 뉴스1과 통화에서 “문제에 오류가 있거나 수험생·강사들이 인정할 보통의 교재에서 지문이 출제됐다면 문제가 되지만, 지문만 동일했을 뿐 문제 방식이 달랐으니 전원 정답 처리는 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오 이사는 “다만 평가원이 실수한 것이라면 현재 인터넷 강의가 활발하고 스타강사의 영향력도 큰데 외부에서 출간되는 교재뿐만 아니라 스타강사들이 만드는 모의고사 문제도 필터링할 필요는 있다는 점”이라며 “그런 면에서 평가원 측에 경종을 울리는 측면은 있다”고 밝혔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도 “사설 모의고사에서 나온 문제의 지문과 지문이 동일했을 뿐 문제가 잘못됐거나 출제자가 일부러 똑같이 문제를 낸 것이 아니니 전원 정답 처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중 강남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보안이 깨졌을 리는 없고, 우연의 일치로 보여 전원 정답 처리는 힘들어 보인다”며 “평가원이 (사설 모의고사 문제의 지문 확인을) ‘미스’한 것이지만, 단순히 지문만 같다고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도 “문제·선지 오류는 몰라도 단순히 지문이 같다는 이유로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영어 듣기 평가에 대한 이의신청 역시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평가원 측은 지금까지 영어 듣기 관련 민원(이의신청)이 이의 심사 대상이 된 적은 없었으며, 이의 심사 대상은 수능 문제 및 정답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이의 심사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수험생들이 해당 시험장을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가능해 보인다. 지난 2008년 11월 치러진 2009학년도 수능 때는 서울의 한 시험장에서 방송시설 고장으로 영어영역(당시 외국어영역) 듣기평가 방송이 나오지 않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수험생과 학부모는 시험장 관리를 맡은 서울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서울시가 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각각 200만원, 5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오종운 이사는 듣기평가 음질 등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차후 평가원 측이 좀 더 보완해야 할 문제다”라며 “전원 시험을 다시 치르게 한다거나 정답 처리를 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우연철 소장도 “시험고사장마다 상황이 달랐으니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남윤곤 소장은 “시험을 치를 당시 고사장에서 이의를 제기했어야 한다고 본다”며 “시험이 끝난 뒤에는 증명할 방법이 없어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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